<대담>북(조선)의 첨단군사력과 한(조선)반도의 정세변화

통일뉴스 2007년 8월 13일
김치관 기자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의 성사배경과 앞으로 회담에서 다루어야 할 의제에 대한 의견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8.15민족통일대축전 참가차 입국한 재미 한호석(52) 통일학연구소 소장은 11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한반도평화회담과 조미(북미)수교회담을 받아들이게 된 것은, 지난 50여년동안 한반도에서 정전체제와 분단체계를 유지해왔던 힘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음을 뜻한다"는 독특한 해석을 내놓았다.

8.28 평양 2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배경에 대해 설명하며 한호석 소장은 먼저 “한반도에서 정전체제와 분단체제를 유지해온 미국의 군사전략은 세 가지이다”며 “미사일 방어(MD)체계, 평택의 신속기동군 기지건설, 그리고 항공모함 전단의 동해 배치가 그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미국의 3가지 군사전략이 지난해 7월 4일 북측의 미사일 발사훈련과 10월 9일 핵실험에 의해 무력화됐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첫째, “북은 고도의 정밀성을 가진 순항미사일을 실전배치함으로써 미국의 미사일 방어(MD)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군사력을 보유하였음을 입증하였다”고 주장했다. 일정한 포물선을 그리며 탄도비행을 하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순항미사일은 MD체계로는 방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4일 북한이 실시한 미사일 발사훈련에서 사용된 미사일 중에 중거리 순항미사일이 포함돼 있으며, 이는 소련 SSN-6를 개량한 ‘무수단 미사일’로 불리며 사거리가 2,500-4000km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 중거리 순항미사일이 지난 4월 25일 인민군 창건 기념일 군사행진에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선(북한)인민군이 겨냥하고 있는 또 하나의 목표물은 괌이다”며 “조선인민군의 단거리 순항미사일이 평택의 신속기동군 기지를 겨냥한다면, 조선인민군의 중거리 순항미사일은 괌을 겨냥한다”고 밝혔다.

그는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실은 미국군 전략폭격기가 괌에서 출격하면 4시간만에 평양 상공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북측은 전쟁이 터지면 4시간 안에 먼저 괌을 파괴해야 한다”며 “미사일 방어체계를 뚫고 괌까지 도달할 수 있는 중거리 순항미사일에 비재래식 무기를 장착하여 쏘아야 한다. 핵탄두를 실은 미국의 전폭기가 평양을 향해 출격한 순간 그 전폭기들은 돌아갈 기지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둘째, “북측은 평택 신속기동군 기지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무기체계를 개발하였는데, 그것이 지상에서 이동식 발사대로 발사하는 신형 단거리 순항미사일이다”며 “북측이 평택에 건설되는 미국의 신속기동군 기지를 무력화하려면 평택 신속기동군 기지 안에 건설될 전술자동화지휘본부를 타격, 파괴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고도의 정밀도를 가진 순항미사일을 개발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방사능오염을 피할 수 있고 강화 콘크리트로 구축된 지하시설물을 뚫을 수 있는 제3 세대 비재래식 무기, 즉 ‘고방사능무기(High Radioactive Weapon, HRW)’를 북측이 실험했다며, 이것이 바로 지난 10월 9일 북한의 핵실험이라고 단언했다.

그간 일각에서 북한의 핵실험이 중성자탄 실험일 것이라는 추측 보도가 나온 적은 있지만 ‘고방사능무기’ 실험이라는 공식 주장은 처음 제기된 것으로 주목할만한 해석이다.

고방사능무기는 미국이 이라크 침공당시 바그다드 국제공항 점령작전시 처음으로 사용해 공항 건물은 말짱한 상태에서 이라크공화국 최정예 수비대 2천여명을 몰살시킨 위력을 확인한 바 있다.

그는 미국이 북한 핵실험으로 실패로 선전하는 이유에 대해 “그것을 발표하는 순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군사정세는 완전히 뒤집혀져서 부시 정부가 수습할 수 없게 되고, 부시 정부의 고위관료들은 그 모든 파국적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줄줄이 사임해야 되기 때문이다”고 해석했다.

셋째, “북측은 순항미사일로 공격해서 항모전단을 파괴하는 전술을 개발했는데, 그 순항미사일이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이다. 북측은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중형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며 “중형 잠수함에 순항미사일을 싣고 동해 해저에서 접근해서 항모전단을 기습적으로 공격하는 전술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이 미국의 대북 군사전략을 미사일 발사훈련과 핵무기(고방사능무기) 실험으로 북한이 극복했기 때문에 “정전체제와 분단체제를 유지해오던 힘의 균형이 북측의 강력한 군사력에 의해서 깨져나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그 이후 전개된 2006년 11월 한미정상회담에서의 부시 대통령의 종전선언발언, 2007년 1월 북미 베를린 회동, 2.13합의, BDA 문제의 해결 등이 모두 이같은 배경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향후 6자회담의 전망과 관련해 “고농축우라늄 문제는 부시 정부가 제네바기본합의를 파기하기 위해서 조작한 것”이라고 일축했으며, 경수로 문제에 대해서는 “경수로를 건설하는 것으로 경제적 보상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경제적 보상을 받을 것인지는 북측이 6자회담에 제기하고 합의하는 형태로 해결될 것이다”고 낙관했다.

특히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북측은 핵물질을 폐기하고 핵시설을 폐쇄하며 핵탄두를 폐기할 것이다. 이것이 북측이 지향하는 비핵화의 의미이다”고 명백히 답하고 “다만 그러한 비핵화에 상응하여 미국은 조미관계를 정상화하고 주한미국군을 철군하고 핵우산 공약을 포기하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일 미국이 북측의 비핵화에 상응하여 적대정책 포기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북측도 비핵화를 진전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 6자회담과 조미(북미)양자회담의 진전정도를 살펴보면 미국이 그 진전을 멈추거나 되돌릴 수 없게 되어 있다”며 “물론 예상치 못한 돌발적 변수가 생기는 경우 6자회담과 조미양자회담의 진전속도가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그 진전을 멈춰 세우거나 거꾸로 되돌릴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코앞에 다가온 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다시 주목해야 하는 것은 2000년 6월 15일에 발표된 6.15공동선언이다”고 전제하고 “6.15 공동선언에서는 조국통일 방안을 정치적으로 합의한 모양은 취했지만, 북측의 연방제안과 남측의 연합제 방안은 절충하거나 타협할 수 없는 두 갈래의 방안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연합제의 차이점에 대해 ‘통일정부’의 수립 여부라고 지적하고 통일정부 수립 전단계에서는 “통일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정치협의기구를 창설하는 일”을 과제로 꼽았다.

그러나 이마저도 당장 실현시키기 어려운 조건에서 정치협의기구를 창설하기 위한 준비단계로서 “전민족적 범위의 정치회의를 소집하는 것”을 주장하고 “공동행사와 달리, 정치회의는 정치적 합의를 토론하고 도출하는 기능, 역할, 임무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1948년 4월 평양 모란봉 극장에서 열렸던 전조선 제정당 및 사회단체 연석회의의 역사적 성과를 60주년이 되는 내년 2008년 4월에 계승해야 될 절실한 요구를 느끼게 된다”며 “8.28평양회담은 2008년 4월에 있을 전민족적 정치회의로 전진하는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놓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2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그는 특히 “8.28 평양회담에서 한반도평화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돌파구를 낼 가능성이 있다”며 “만일 남.북.미.중 4개국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한반도 평화회담을 개최하고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면 그것은 한반도 정세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4개국 정상회담과 관련 “4개국 정상이 채택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은 한반도에 수립될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국제법적으로 보장하는 평화체제이다”며 “주한미국군을 철군시키고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폐기시키고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영구히 중지시키는 중대하고 민감한 정치과제는 평화협정에 담기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조미양자회담에서 풀어야할 문제이다”고 독창적인 해석을 내놨다.

그는 “2000년에는 4개국 평화회담을 생각하지 못했으므로, 모든 것을 조미양자회담에서만 풀려고 했는데 7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6자회담이라는 새로운 전략환경이 조성된 조건에서 4자간의 평화협정 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가오는 대통령선거와 2차 남북정상회단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남북관계 정상화를 반대하고 조미(북미)관계 정상화를 꺼리는 수구반동세력인 한나라당을 궁지에 몰아넣는다는 의미에서 8.28 평양회담은 노무현 정권에게 선거국면의 돌파전략으로 될 수 있다”며 “자기들의 편협한 정치적 이해에 눈이 어두워서 한반도 정세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한나라당은, 8.28 평양회담이 성사되고 그 파급력이 확대, 심화되는 것과 더불어 이번 대선에서 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평택에 신속기동군 기지를 건설해주고, 한미동맹체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미국산 무기를 계속해서 수입하는 그런 중도개혁세력이 집권하기를 바랄 것이다”며 "미국이 이번 선거에서 정권교체를 희망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제기했다.

그는 “올해 8.28평양회담부터 12월 대선까지, 그리고 내년 4월 총선,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 이르기까지 약 15개월 동안 한반도에는 지금 우리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엄청난 변화가 몰아칠 것이다. 그 변화의 방향은 조미관계 정상화와 남북관계의 정상화이다”며 “그러한 정세변화를 거스르고 반대하는 그 어떤 정치세력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며, 설령 집권에 성공했다고 해도 곧 무너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11일 오후 1시부터 통일뉴스 사무실에서 한호석 소장과의 2시간 반 가량에 거친 대면 인터뷰와 이후 추가된 서면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한반도 힘의 균형 깨졌다

□ 통일뉴스 : 8일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어떻게 접했고, 첫 소감은 어떠했나?

■ 한호석 : 텔레비전 뉴스로 그 소식을 알게 됐다. 나는 지난해부터 진행돼온 조미(북미)관계 개선의 흐름 속에서 당연히 남북관계 개선도 진전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북관계 개선에서 결정적인 것은, 남측에서는 정상회담이라고 부르고 북측에서는 수뇌상봉이라고 부르는 대사변이다. 그 대사변은 7년만에 다시 다가오고 있다. 중요한 것은 7년 만에 열리게 되는 평양회담을 성사시킨 한반도 정세의 변화이다.

□ 정세의 변화를 지적하셨는데,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된 배경을 어떻게 분석하는지?

■ 자기 임기 안에 한반도평화회담과 조미(북미)수교회담을 동시병행하려는 정치일정을 세워놓은 부시 정부에게 하나의 계기가 요구되었다. 2.13초기조치에서 한반도평화회담과 조미수교회담을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 계기가 요구된 것이다.

한반도평화회담을 진전시키고, 조미수교회담을 시작하기 위한 계기는 남북관계 개선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원인으로 해서 조미수교회담이 성사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미수교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남북관계 개선은 필수적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생각해야 하는 것은, 한반도평화회담과 조미수교회담이라는 중대한 정치사안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한반도평화회담과 조미수교회담을 받아들이게 된 것은, 지난 50여년동안 한반도에서 정전체제와 분단체계를 유지해왔던 힘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그 힘의 균형이 깨지게 된 것은, 지난해 7월 북측이 미사일 발사훈련를 실시하고 10월에 핵실험을 실시하였기 때문이다.

□ 남측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실패로 볼 것이냐 성공으로 볼 것이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 남측 정부는 7월 미사일 발사훈련과 10월 핵실험을 실패한 것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북측의 미사일 발사훈련과 핵실험에 관하여 가장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이다. 북측의 미사일 발사훈련과 핵실험이 실패하였다는 규정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조작한 것이다.

북측은 2006년 7월 이전에도 수없이 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하였다. 그런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어째서 지난해 7월의 미사일 발사훈련에 대해서 그토록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민감하게 반응하였을까?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그 미사일 발사훈련은 이전의 미사일 발사훈련과 전혀 다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북측은 그 미사일 발사훈련에서 정전체제와 분단체제를 뒤흔들어놓을 만큼 강한 군사력을 시위하였다. 북측은 그 미사일 발사훈련에서 미국의 군사전략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하였던 것이다.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우선 한반도를 겨냥한 미국의 군사전략을 살펴보아야 한다. 한반도에서 정전체제와 분단체제를 유지해온 미국의 군사전략은 세 가지이다. 미사일 방어(MD)체계, 평택의 신속기동군 기지건설, 그리고 항공모함 전단의 동해 배치가 그것이다. 이 세 가지가 북을 겨냥한 제국주의 전쟁전략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북이 미국의 이같은 세 가지 군사전략을 마비시킬 수 있는 강한 군사력을 시위하면, 그 군사전략에 의해서 유지되어온 정전체제와 분단체제가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7.4 북 미사일 훈련은 MD 깨뜨릴 '중거리 순항미사일' 발사

첫째로 북은 고도의 정밀성을 가진 순항미사일을 실전배치함으로써 미국의 미사일 방어(MD)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군사력을 보유하였음을 입증하였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체계이다. 포물선을 그리면서 탄도비행을 하는 미사일의 탄도를 컴퓨터로 계산한 뒤에 그 탄도로 요격미사일을 발사해서 미사일을 파괴하는 것이 미사일 방어체계의 기본원리다. 그러나 순항미사일은 탄도비행을 하지 않는 미사일이다.

그런데 북이 보유하고 있었던 순항미사일은 사거리가 짧은 단거리 미사일이었다. 그래서 미국은 안심하고 있었다. 미국은 3천km 이상의 사거리를 가진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북측에게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의 그러한 생각은 2006년 7월 4일 북측이 실시한 미사일 발사훈련으로 완전히 깨져나갔다.

내가 찾아낸 자료에 따르면, 1991년 소련이 무너진 직후, 20여 명의 소련 미사일 기술자들이 평양을 향해서 출발하기 직전에 소련 국가정보기관에 의해서 여행을 금지당했다. 며칠 뒤에 무슨 연유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20여명의 미사일 기술자들은 평양을 방문하였다.

그들은 소련에서 미사일 개발의 아버지로 추앙을 받는 마케예프(Makeyev) 이름을 딴 '마케예프 디자인 뷰로(설계국)'에서 일하는 최고 수준의 미사일 기술자들이었다. 마케예프 설계국은 순항미사일을 개발하는 곳이다. 마케예프 설계국에서 개발한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소련에서는 R-27이라고 부르고 미국에서는 SSN-6이라고 부른다. 그 미사일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잠수함발사 미사일이다. 사거리는 2,500km이다.

소련 정부의 해외여행 허가를 받은 기술자들이 북을 방문한 것은, 북이 정식으로 미사일 기술을 수입했음을 뜻하는 것이다. 북측은 R-27 순항미사일을 개량하여 사거리를 획기적으로 연장하고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새로운 첨단 미사일을 개발했으니, 그것이 바로 지난해 7월 4일 동해에서 발사훈련에 동원되었던 잠수함발사 미사일이다.

2006년 3월 미국의 몬터레이 국제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가 발표한 '북의 탄도미사일 능력에 관한 특별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지적하였다. 북이 신형 미사일을 개발했는데 외부에는 그 이름을 알 수 없어서 미국이 '대포동X'라고 부른다는 것, 북은 소련의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을 개량해서 사거리를 4,000km로 늘였다는 것이다

서방세계에서는 정치적인 이유에서 북측의 미사일 능력을 매우 과소평가하고 있는데, 북측의 미사일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이란의 미사일 능력을 참조하면 된다. 왜냐하면 이란은 북측의 미사일 기술지원에 의해서 미사일을 모방생산했기 때문이다.

LA타임스 2006년 7월 28일자 보도를 보면, 북측이 2006년 4월에 중거리 미사일 18기를 이란에 수출했다. 그 기사는 그 미사일이 옛소련의 잠수함발사 중거리 미사일인 SSN-6라고 보도했다.

이란의 미사일 능력에 관한 가장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2006년 4월 26일 이스라엘 신문 하레츠가 이스라엘 군정보기관 최고 책임자 아모스 야딘의 말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유럽을 타격할 수 있는 북조선제 미사일 18기를 조립하지 않은 채로 수입하였다고 한다.

미군 정보당국에서는 2007년 4월 25일 조선인민군 창건 75돌 기념 군사행진에서 공개한 신형 중거리 미사일이 바로 7월 4일 미사일 발사 훈련에 동원된 미사일이라며 이 익명의 미사일을 무수단미사일이라고 명명했다. 사거리는 2500-4000km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것이 가지는 정치적인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수천억 달러를 들여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려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개발해오고 있는데, 그 체계가 북의 순항미사일 개발로 무력화되었다.

만일 북측이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하였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가 무력화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미사일방어체계를 추진해온 부시 정권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7월 4일 미사일 발사 훈련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식으로 정보를 조작할 수밖에 없었다.

북이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실전배치하여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시켰다는 것은, 한반도의 정전체제와 분단체제에 작용해온 힘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하였음을 뜻한다.

10.9 핵실험은 평택 신속기동군기지 깨뜨릴 ‘고방사능무기’ 실험

미국이 한반도에서 추진하는 두 번째 군사전략은 신속기동군 배치전략이다. 특히 한반도에서는 서부전선에 산재돼 있던 14개의 미국군기지를 통폐합해서 2012년까지 평택에 새로운 신속기동군 기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북측이 평택의 신속기동군 기지를 무력화시키는 군사력을 보유하면, 미국의 한반도 군사전략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것이다. 북측은 평택 신속기동군 기지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무기체계를 개발하였는데, 그것이 지상에서 이동식 발사대로 발사하는 신형 단거리 순항미사일이다.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이 서로 다른 점이 있는데 가장 큰 특징은 타격의 정밀도이다. 순항미사일은 타격의 정밀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개발한 미사일이다. 타격의 정밀도가 떨어지는 순항미사일은 순항미사일이 아니다. 이를테면 워싱턴에서 발사한 미국의 순항미사일은 보스톤에 있는 어느 거리의 우체통을 맞힐 정도의 초정밀도를 자랑한다.

북측이 평택에 건설되는 미국의 신속기동군 기지를 무력화하려면 평택 신속기동군 기지 안에 건설될 전술자동화지휘본부를 타격, 파괴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고도의 정밀도를 가진 순항미사일을 개발하여야 한다.

그런데 거기에는 난제가 하나 있다. 그 어떤 재래식 탄두로도 미국군의 강화 콘크리트 군사시설을 파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래식 탄두는 파괴력이 약해서 강화 콘트리트 군사시설을 파괴하지 못한다.

미국군의 지휘본부를 파괴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는 전술핵탄두이지만, 문제는 통일된 뒤에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조국 땅에서 핵폭발을 일으켜 방사능 오염으로 더럽히는 것은 북측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핵공격이 평택의 미국군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그 일대에 살고 있는 수많은 동족을 살상한다는 것도 북측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핵탄두를 사용하지 않고서 어떻게 주한미국군의 지휘본부를 파괴할 수 있을까? 이 고민을 해결한 것이 2006년 10월 9일 북측이 실시한 지하핵실험이었다.

□ 북한의 핵실험과 핵방사능 오염없는 주한미군 지휘본부 파괴의 연관성을 설명해달라.

■ 평택 신속기동군 기지 안에 건설될 전술자동화지휘본부를 파괴하려면 순항미사일에 비재래식 탄두를 장착해야 하는데, 비재래식 탄두는 핵탄두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핵폭발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지휘본부를 파괴할 수 있는 비재래식 무기는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고방사능무기라고 하는 제3세대 비재래식 무기다. 고방사능무기(High Radioactive Weapon, HRW)는 강화 콘크리트 군사시설을 뚫을 수 있다. 핵폭발을 일으키지 않으므로 평택기지 주변의 민간인이 다칠 위험이 없다. 핵폭발이 아니므로 조국산천의 방사능오염도 피할 수 있다. 방사능오염이 없기 때문에 그것이 폭발한 직후 조선인민군 특수전 병력이 그 지역을 즉시 점령할 수 있다. 그 무기는 반경 500m에 있는 모든 생물체의 세포만 파괴해서 죽이고, 시설물이 파괴되는 것은 극소화했다.

이를테면 일본 히로시마는 핵폭발 이후 방사능오염 때문에 1주일 동안 사람이 접근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고방사능 무기는 방사능오염이 없기 때문에 그같은 군사작전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비재래식 무기인 고방사능 무기로 공격한 직후에 인민군대가 평택 신속기동군 기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월 9일 실험직후 북측은 '과학적 타산과 면밀한 계산에 의하여 진행된 이번 핵시험은 방사능 유출과 같은 위험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표현하였다.

지난해 10월 9일에 있었던 핵실험은 핵실험이 아니라 고방사능무기 폭발실험이었다. 그래서 통상적인 핵실험에서 나타난 인공지진 강도보다 훨씬 적은, 다시 말하면 재래식 폭약을 터트린 것 같은 약한 인공지진 강도가 나타난 것이다.

미국군 당국은 그 실험에서 인공지진 강도가 너무 약하게 나왔다는 것을 부각시키면서 그 핵실험이 실패로 끝났다고 발표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고방사능 무기의 개발로 평택의 신속기동군 기지는 무력화되고 말았다.

□ 고방사능 무기에 대해 좀더 설명해달라.

■ 핵분열이 아니라 핵융합이다. 핵무기는 핵분열을 해서 열과 폭풍, 방사능이 나오는데 고방사능 무기는 핵융합을 한다. 열과 폭풍은 생겨나지 않고 그 대신 강력한 방사선만 방출된다.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군사전문가 리 윌렛이라는 사람이 2006년 10월 10일에 로이터통신에서 한 발언을 보면 그 전날 폭발한 북측의 무기가 중성자탄이라는 가설이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고 말했다. 고방사능무기를 흔히 중성자탄이라 부른다.

2006년 10월 11일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미국의 저명한 핵물리학자 핵커가 이번 실험은 세련된 중성자탄이라고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고방사능무기를 미국이 실전에서 쓴 것은 2003년 3월 이라크 침략전쟁을 도발하면서 바그다드 국제공항 점령작전에서 사용한 것이다. 그 날 공항건물은 말짱하게 손상되지 않은 채 2천명의 이라크공화국 최정예 수비대 병력이 몰살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이라크공화국수비대장 알 라위는 지금 도피생활 중인데 2007년 4월 9일 알자지라방송과 비밀회견을 하면서 바그다드 국제공항 점령작전에서 미국이 사용한 무기는 중성자탄, 즉 고방사능무기라고 폭로한 바 있다.

1998년 5월 파키스탄의 발루치스탄 사막에서 북측이 비공개 지하핵실험을 실시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뒤 똑같은 플루토늄탄을 가지고 공개핵실험을 실시했다면 미국에게 충격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 이 같은 주장이 맞다면, 미국은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포착하고 있는 것인지?

■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 사실을 밝히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그것을 발표하는 순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군사정세는 완전히 뒤집혀져서 부시 정부가 수습할 수 없게 되고, 부시 정부의 고위관료들은 그 모든 파국적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줄줄이 사임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정보를 은폐, 조작할 수 밖에 없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 그렇다면 미국에도 이 같은 고방사능무기가 개발돼 있나?

■ 미국은 1981년에 실전배치했다.

□ 그렇다면 미국이 고방사능무기로 북한의 지하군사시설들을 파괴할 수 있을텐데.

■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문제는 지하군사시설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방사능 무기의 살상력이 미치는 범위는 매우 좁기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그 타격지점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미국군은 조선인민군의 지휘시설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동해 미해군 항모전단 깨뜨릴 '무수단 미사일' 발사

□ 미국의 군사전략에 맞선 북한의 두 가지 대응전략을 말했는데, 나머지 하나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 한반도를 겨냥한 미국의 세 번째 군사전략은, 미국해군 항모전단을 동해에 출동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측은 미국해군 항모전단을 무력화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개발해야 힘의 균형을 깨트릴 수 있다.

미국 항모전단을 타격하는 전술은 오래전부터 조선인민군도 연구해왔고 중국 인민해방군도 연구해왔다. 북측은 순항미사일로 공격해서 항모전단을 파괴하는 전술을 개발했는데, 그 순항미사일이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이다. 북측은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중형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중형 잠수함에 순항미사일을 싣고 동해 해저에서 접근해서 항모전단을 기습적으로 공격하는 전술이다.

2006년 7월 4일 북측의 미사일 발사 훈련을 감시하기 위해서 동해상에 배치했던 이지스 군함이 시험발사 직후에 철수되었다. 그런데 그때는 제2차 발사훈련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정보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미국은 동해현장에 배치한 이지스함을 철수시킨 것이다. 그 이유는 고도의 은밀성을 보장하면서 해저에서 접근해서 순항미사일로 타격할 수 있는 조선인민군 해군의 공격능력을 미국군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이 무수단 미사일이라고 이름을 붙였던 조선인민군의 신형 미사일이 잠수함에서 쏘아올린 순항미사일이다.

□ 무수단리는 육상인데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 명칭을 무수단 미사일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 미국이 무수단 미사일이라고 이름 붙인 그 미사일은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이다. 무수단리는 절벽이 있는 바닷가이다. 무수단리 앞바다에서 쏘았는지, 아니면 동해의 다른 해역에서 쏘았는지는 나로서는 알지 못한다.

□ 북한의 7.4 미사일 발사 훈련이 잠수함에서 발사한 순항미사일이었다면, 육지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무었이었나?

■ 지상에서 발사한 다른 미사일은 이동식 발사대에서 쏘아올린 순항미사일이었다. 이동식 발사대에서 쏘아올린 순항미사일이 평택 신속기동군 기지의 전술자동화지휘본부를 겨냥하게 될 미사일이다.

조선인민군이 겨냥하고 있는 또 하나의 목표물은 괌이다. 조선인민군의 단거리 순항미사일이 평택의 신속기동군기지를 겨냥한다면, 조선인민군의 중거리 순항미사일은 괌을 겨냥한다.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실은 미국군 전략폭격기가 괌에서 출격하면 4시간만에 평양 상공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북측은 전쟁이 터지면 4시간 안에 먼저 괌을 파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사일로 파괴할 수밖에 없는데, 탄도 미사일은 파괴력이 약하다. 그래서 미사일 방어체계를 뚫고 괌까지 도달할 수 있는 중거리 순항미사일에 비재래식 무기를 장착하여 쏘아야 한다. 핵탄두를 실은 미국의 전폭기가 평양을 향해 출격한 순간 그 전폭기들은 돌아갈 기지가 없게 된다.

□ 그러면 괌에서 이미 북쪽으로 출격한 전폭기는 막을 방도가 없나?

■ 전략폭격기를 요격하는 기술은 북측에게는 아직 없을 것이다. 1980년 광주민주항쟁이 일어났을 때 괌에 있는 앤더슨공군기지의 전략폭격기들이 엔진 시동을 걸어놓고 출격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격목표는 평양을 비롯한 북측의 군사 전략거점들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북측은 미국의 전략폭격기에 맞설 군사적 수단이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북측은 그렇게 미국의 비재래식 무기에 맞서서 재래식 무기로 상대하고, 아슬아슬하게 힘의 균형을 유지해왔었다. 그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정전체제와 분단체제가 장기화되고 고착돼 왔고, 한반도의 평화는 미국의 군사력에 의해서 수시로 위협당해 왔고, 한반도의 통일은 멀게만 보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오늘 정전체제와 분단체제를 유지해오던 힘의 균형이 북측의 강력한 군사력에 의해서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조지 부시가 2006년 11월 하노이 아태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한미 정상회담을 하면서 남.북.미 정상이 만나서 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는 종전협정을 체결하자는 내용의 발언을 한 배경에는 북측의 군사력이 힘의 균형을 깨뜨렸다는 사실이 놓여있다.

그 뒤에 일어난 놀라운 정세변화는 2007년 1월에 베를린에서 조미(북미) 양자회담이 열리고 2월 13일 베이징에서 6개국이 합의한 2.13초기조치가 채택되고,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워싱턴을 방문하고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하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미국 국내법인 애국법을 어기면서까지 방코 델타 아시아(BDA)에 묶였던 북측의 자금을 전액 상환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8월 28일의 평양회담은 바로 이러한 놀라운 정세변화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미 대북 적대정책 포기시 북 핵탄두 폐기할 것

□ 8.28 평양회담의 배경에 대한 독창적인 분석인 것 같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지금 6자회담에서 최대 난제로 꼽히는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과 경수로 제공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

■ 고농축우라늄 문제는 부시 정부가 제네바기본합의를 파기하기 위해서 조작한 것이다. 북측은 고농축우라늄을 제조하는 거대한 시설을 많은 비용과 인력을 쏟아 부으면서 만들지도 않았고 또 그럴 필요도 없었다.

다만 1990년대에 파키스탄이 미국의 반테러전쟁을 위한 전략에 동조하기 전에, 파키스탄의 칸 연구소에서 제조한 고농축우라늄을 핵탄두로 만드는 과정에 북측이 기술지원을 해준 것으로 보인다.

당시 파키스탄은 고농축우라늄이라는 핵물질을 제조하는 데는 성공하였으나 그것을 가지고 핵탄두를 만드는 정교한 기술은 없었으므로 북측으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파키스탄은 북측으로부터 지원받은 핵기술을 이용하여 역사상 최초로 핵무장에 성공한 이슬람국가로 세계무대에 등장할 수 있었다.

한반도의 비핵화과정에서 북측의 고농축우라늄 문제는 걸림돌이 될 수 없다.

경수로 문제는 북측이 핵시설을 포기하는 데 따라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을 보상해주는 것이다. 경수로를 건설하는 것으로 경제적 보상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경제적 보상을 받을 것인지는 북측이 6자회담에 제기하고 합의하는 형태로 해결될 것이다.

□ 북한이 최종적으로 모든 핵무기를 폐기할 것이냐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한데 어떻게 보는지?

■ 북측은 핵물질을 폐기하고 핵시설을 폐쇄하며 핵탄두를 폐기할 것이다. 이것이 북측이 지향하는 비핵화의 의미이다.

다만 그러한 비핵화에 상응하여 미국은 조미관계를 정상화하고 주한미국군을 철군하고 핵우산 공약을 포기하여야 한다. 이것은 적대정책의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포기를 의미한다. 만일 미국이 북측의 비핵화에 상응하여 적대정책 포기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북측도 비핵화를 진전시키지 않을 것이다.

지금 6자회담과 조미양자회담의 진전정도를 살펴보면 미국이 그 진전을 멈추거나 되돌릴 수 없게 되어 있다. 물론 예상치 못한 돌발적 변수가 생기는 경우 6자회담과 조미양자회담의 진전속도가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그 진전을 멈춰 세우거나 거꾸로 되돌릴 수는 없다.

□ 8.28 평양회담으로 다시 돌아와서 이번 회담에 남북의 전략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특히 북측의 전략은?

■ 극비정보라 추정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다시 주목해야 하는 것은 2000년 6월 15일에 발표된 6.15공동선언이다. 6.15공동선언이 중요한 것은, 그 선언이 평양회담의 모든 목적을 집약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제1항, 조국통일 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해결한다는 정치적 합의다. 그 합의는 조국통일의 제1 원칙을 확인하고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그 원칙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는 합의하지 못했다.

따라서 6.15공동선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합의를 8.28 평양회담에서 내오려면 조국통일의 제1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방도를 합의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7년 전이나 똑같이 통일문제의 자주적 원칙을 재확인한다면 그것은 제자리걸음이다.

8.28 평양회담, '전민족 정치회의' 합의해야

□ 그렇다면 통일 문제과 관련 어떤 진전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 6.15공동선언 제2항은 통일방안의 공통성을 찾아내고 그것을 합의한 것이다. 다시 말해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과 남측의 연합제안의 공통성을 찾아낸 것이다.

6.15 공동선언에서는 조국통일 방안을 정치적으로 합의한 모양은 취했지만, 북측의 연방제안과 남측의 연합제 방안은 절충하거나 타협할 수 없는 두 갈래의 방안이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통일정부의 수립을 인정하느냐 마느냐 하는 기준점에 서서 북측의 연방제안과 남측의 연합제안을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명백하게도, 우리 민족이 염원하는 통일은 통일정부를 수립하는 것을 뜻한다. 통일정부를 수립하기 이전에는 남북이 제아무리 왕래하고 교류하고 협력한다고 해도 통일을 실현한 것은 아니다. 조국통일은 곧 통일정부의 수립이다.

그런데 남측의 국가연합 수립 방안에는 통일정부를 지향하는 내용이 단 한글자도 포한돼 있지 않다. 그 방안에는 남북이 왕래, 교류, 협력하는 방안만 단계적으로 밝혀져 있다. 왕래, 교류, 협력은 통일정부가 수립되기 이전에, 혹은 통일정부수립이라는 것을 전제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반적인 의미의 긴장완화 방안 혹은 관계개선 방안이다.

긴장완화와 관계개선은 그것이 최고도로 발전한다고 할지라도 통일정부를 수립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왕래, 교류, 협력이 제아무리 확대된다고 해도 그것이 자동적으로 통일정부를 수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합제안과 연방제안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두 방안이다.

반면에 연방제안은 처음부터 연방제 방식으로 통일된 하나의 중앙정부를 수립한다는 전제를 내놓고 있다. 연방통일정부가 통일실현의 핵심문제라는 것을 명확하게 밝혀주고 있는 것이다.

통일정부 수립을 지향하는 쪽과 통일정부 수립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쪽이 어떤 절충과 타협을 이뤄낼 수 있는 길은 없을 것 같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6월 15일에 상당히 긴 시간 동안 통일방안 문제를 합의하지 못하고 토론을 계속해야했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당시 북측에서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과 연합제안의 공통성이 있음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절충점을 제시하고 그것을 6.15공동선언에 적시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라고 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는 해석의 문제가 제기된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통일정부를 수립한 이후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이전을 말하는 것인지가 문제의 핵심이다. 통일정부 수립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연합제안과 공통적이라고 하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아직 통일정부를 수립하지 못한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통일정부를 수립하지 못한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서 남북의 두 정부 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그것은 통일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정치협의기구를 창설하는 일이다. 물론 그 정치협의기구에는 6.15민족공동위원회로 대표되는 민간차원의 남북해외 통일운동세력이 참여해야 된다. 남북의 두 정부 당국만 통일정부 수립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해외의 민간통일운동세력도 마땅히 그 과정에 하나의 주체로 참여해야 통일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적인 원칙이 구현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정치협의기구를 만드는 것은 결코 간단하고 쉬운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통일정부 수립을 지향하는 정치협의기구이기 때문에 연합제안에 묶여있는 남측 정부당국이 거부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협의기구를 창설하기 위한 준비단계가 요구된다. 그 준비단계는 전민족적 범위의 정치회의를 소집하는 것이다. 전민족적 범위의 정치회의를 진행하고 거기서 쌓인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해서 정치협의기구를 창설하고 그 정치협의기구의 권능과 지위와 역할을 강화 발전시켜서 통일정부를 수립하는 그것이 곧 조국통일의 길이다.

그러므로 조국통일운동세력은 전민족적 정치회의를 소집하자고 요구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몇 년간 6.15민족공동행사에서는 가장 중대한 정치적인 의의를 가진 본대회, 올해의 경우 민족대단합대회를 진행해 왔는데 이를 전민족적인 정치회의로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 공동행사라는 낮은 수준을 넘어서 정치회의라는 높은 수준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공동행사와 달리, 정치회의는 정치적 합의를 토론하고 도출하는 기능, 역할, 임무를 갖는다. 물론 공동행사에서도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실무진들이 합의해서 작성한 문건이므로 정치적 합의라 할 수 없다. 정치회의는 통일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남과 북의 당국 및 남북해외 민간 각계각층의 정치적 의사를 수렴하고 합의하는 그러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평행선을 달리는 양측의 통일방안을 가지고 7년 전과 마찬가지로 긴 토론을 진행할 것이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실천강령을 제시하는 것이 이번 8.28 평양회담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민족이 염원하는 평화통일은, 다른 말로 하면 정치적 합의에 의한 통일이다. 정치적 합의에 의해 통일하려면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정치회의가 반드시 소집되어야 한다. 정치회의 소집을 전제하지 않는 평화통일 주장은 공허한 주장이다.

그런 점에서 1948년 4월 평양 모란봉 극장에서 열렸던 전조선 제정당 및 사회단체 연석회의의 역사적 성과를 60주년이 되는 내년 2008년 4월에 계승해야 될 절실한 요구를 느끼게 된다. 60여년 전 분단체제가 고착화되기 시작한 준엄한 시기에 분단 1세대들은 평화통일을 정치회의 형태로, 혹은 정치적 합의를 통해서 해결하기 위해 전력했다.

그리고 60여년 뒤에 우리는 또한번 평화통일의 기회를 되살려야 하는 역사적 임무를 부여받았다. 8.28평양회담은 2008년 4월에 있을 전민족적 정치회의로 전진하는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놓게 될 것이다.

남북의 수뇌분들은 이번 회담에서 자주적 평화통일이라는 최대 과업을 실현하기 위해서 과감한 정치적 결단을 내릴 것이다. 백범 김구를 비롯한 남측의 민족주의 정치인들이 60년전에 북위 38도선을 뚫고 전민족적 정치회의에 참가하였던 정치적 결단, 그리고 자기를 적대하던 우익민족주의세력과 손잡고 민족통일전선을 형성하였던 북측의 정치적 결단이다.

최근 10만원 고액권 도안에 들어갈 인물을 선정할 때 일반 남측 대중들이 백범 김구를 가장 많이 선호했다는 신문보도가 나왔다. 김구는 그만큼 남측 대중들의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는 중요한 인물이다. 생애 마지막 시기에 그가 사상적, 정치적 차이를 뒤로하고 북측과 손잡고 외국군 철수,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 애쓴 것은 60년이 지난 지금 반드시 되살려야 할 경험이요 성과라고 본다.

8.28 평양회담서 4개국 판문점 정상회담 도출될 수도

□ 8.28 평양회담을 앞둔 지금 한미합동군사훈련인 을지포커스렌즈연습 중지 문제와 참관 제한지로 묶여있는 금수산 기념궁전 참배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돼 있다.

■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느냐 마느냐 하는 결정권은 미국 국방부장관 로버츠 게이츠가 쥐고 있다. 따라서 미국 국방부장관의 결정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11일) 아침 국무부에서는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는데, 워싱턴의 국방부와 합참의 생각은 드러나지 않았다.

두 갈래의 정치적인 일정, 즉 한반도평화회담과 조미수교회담의 추진일정에서 한반도평화회담은 남.북.미.중 4자의 정치적 합의로 진전될 것이고, 조미수교회담은 양자회담으로 진행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회담과 관련해서, 남.북.미.중 4개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서 종전선언을 하고 그 다음에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8.28 평양회담에서 한반도평화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돌파구를 낼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 평화회담을 남북양자회담을 거치지 않고 진행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한반도평화회담을 조미양자회담을 거치지 않고 진행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조미양자회담은 2.13합의이후 진행돼 왔는데, 그에 비해 남북양자회담은 지지부진해왔다. 낮은 급의 군사회담에서는 한 걸음도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것을 풀 수 있는 길은 남북의 수뇌가 직접 만나서 한반도 평화회담을 성사시킬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다.

나는 북측이 두 갈래의 회담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하나는 대미정치회담이고 하나는 대남정치회담이다. 대미정치회담은 조미관계에서 힘의 균형이 깨지면서 가속도가 붙어었는데, 그에 비해서 대남정치회담은 지지부진해왔는데 이번에 8.28 평양회담이 열리면 대남정치회담의 진행속도와 대미정치회담의 진행속도가 균형을 맞추게 될 것이다.

만일 남.북.미.중 4개국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한반도 평화회담을 개최하고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면 그것은 한반도 정세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 평화협정 체결이란 종전선언과 달리 북미관계 정상화가 어느 정도 달성된 뒤, 제도적인 한반도 평화체제의 여건이 마련될 때 가능하다는 견해가 일반적인데.

■ 평화협정은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것이다. 평화협정에는 주한미군 철수문제라든가 미국의 핵우산 포기, 한미 합동군사문제 중지 등이 담겨질 것이라 예상하는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4개국 정상이 채택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은 한반도에 수립될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국제법적으로 보장하는 평화체제이다. 주한미국군을 철군시키고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폐기시키고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영구히 중지시키는 중대하고 민감한 정치과제는 평화협정에 담기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조미양자회담에서 풀어야할 문제이다.

□ 북미관계 정상화 이전에 평화협정 체결이 가능하다는 것인가?

■ 가능하다고 본다. 정전체제의 힘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부시가 임기 안에 조미관계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공감대는 워싱턴에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려면 반드시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2000년 조명록 차수와 올브라이트 국부장관이 워싱턴과 평양을 교차 방문하고, 당시 대통령 클린턴이 평양방문을 논의하였다. 이번에 똑같이 그런 형식을 밟을 수도 있고, 아니면 4개국 정상이 만나는 한반도 평화회담을 실현시켜서 그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주한미국군 철군과 핵우산 포기와 같은 핵심문제는 조미양자회담에서 해결하는 방식도 예상할 수 있다.

2000년에는 4개국 평화회담을 생각하지 못했으므로, 모든 것을 조미양자회담에서만 풀려고 했는데 7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6자회담이라는 새로운 전략환경이 조성된 조건에서 4자간의 평화협정 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그런데 왜 판문점 4자 정상회담인가?

■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조건이 성숙되면 반드시 서울을 방문할 것이다. 그런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려면 주한미국군사령관이 관할권을 행사하고 있는 군사분계선 철길을 지나는 남행열차를 이용해야 한다.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가 주한미국군 사령관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행열차 통과를 승인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일열차를 이용한 서울방문은 뒤로 미루어지고, 그 대신 판문점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 후진타오 주석, 노무현 대통령과 만나 한반도 평화회담을 진행하는 것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남북경협, 체제변화 유도해선 안 돼

□ 8.28 평양회담에서 논의될 남북 현안들에 대한 입장은?

■ 이번 8.28평양회담에 남측 당국이 생각하는 핵심문제는 남북간 경제협력을 강화, 발전시키려는 것이다. 그것을 핵심문제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그런데 남북 경제협력은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상당한 진척을 보고 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남북경제협력을 더욱 강화, 발전키겠다는 남측 당국의 구상은 그들이 전략구상으로 제시하고 있는 남북경제공동체형성 목표와 맞아떨어진다. 통일정부 수립 구상과 달리, 남북경제공동체 건설 구상은 경제협력을 통해서 북측의 체제변화를 유도해낸다는 것이다.

1960년대 말 독일의 사민주의 정치인 빌리 브란트가 이른바 동방정책을 제시하면서 접촉을 통한 변화를 시도했다. 바로 그것을 그대로 본받아서 한반도에 적용하려고 하는 것이 김대중 정부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어오고 있는 남측의 대북정책이다.

그러나 북측을 체제변화로 유인하려는 목적에서 추진하는 남북경제협력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6.15공동선언이 지시하는 남북경제협력의 목표는 북측의 체제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공동번영이다. 민족공동번영을 목표로 해서 남과 북이 경제협력의 길을 가야지, 북측의 체제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 경제협력을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6.15공동선언의 기본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남북 경제협력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개성공업단지에서 명백하게 입증되었다. 개성공업단지는 남측의 중소자본이 북측의 노동력과 결합해서 새로운 유형의 생산관계를 창조해낸 것이다.

남측 정권은 개성공업단지에서의 경제협력이 북측의 체제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망상이다. 절대로 북측은 자기의 체제변호를 유도하려는 남측 정권의 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한반도가 통일되면, 남측의 중소자본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낡은 생산관계는 무너질 것이다. 나는 남측의 낡은 생산관계를 새로운 생산관계로 뒤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개성공업단지에서 목격한다.

개성공업단지에서는 남측의 중소자본과 북측의 임노동이 하나로 결합돼서 상품을 생산하는 데, 자본과 임노동의 관계가 착취와 피착취의 관계로 성립되어 있지 않다. 북측 정부가 남측의 중소자본을 민주주의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 점이 통일 이후 남측의 중소자본이 그대로 유지되면서도 오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착취적인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1997년 남측에 외환위기가 발생해서 남측의 경제가 치명타를 입은 후, 그 치명상을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회복은커녕 신자유주의세계화의 광풍에 휘말려서 850만명이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통을 겪게 됐고 수많은 중소기업이 도산위기에 놓여있고,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남측의 중소자본은 살길을 찾아서 중국에 진출했으나 중국의 사회적 경제적 현실이 그들에게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남측의 중소기업이 살아날 수 있는 길은 민족공동번영을 지향하는 남북경제협력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남측의 중소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가지려면 반드시 저임금 노동력과 결합해야 되는데 지금 아시아지역에서 저임금 노동력은 점점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단순한 저임금 노동력이 아니라 고학력 저임금 노동력이 있어야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그것을 산업생산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데 그러한 고학력 저임금 노동력을 찾을 수 없다는 데 남측 중소기업의 심각한 고민이 있다.

개성공업단지는 고학력 저임금 노동력을 무한정으로 제공해줄 수 있는 경제협력의 전략거점이다. 개성공단의 북측 노동자들에게 저임금을 지불한다는 말은 그들을 남측의 중소자본이 착취한다는 뜻이 아니다. 왜냐하면 남측의 중소자본은 그들을 직접적으로 고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성공업단지에 진출한 남측의 종소자본은 북측 정부의 민주주의적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해고권이나 임금결정권을 배타적으로 행사하지 못한다. 고용관계는 형성돼 있으나 민주주의적 통제에 의해서 착취적 성격이 약화된 고용관계이다.

북측의 노동자들은 무상의료, 무상교육, 무상주택, 노후보장을 비롯한 사회주의적인 시책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만일 그러한 사회주의적 시책이 없는 조건에서 남측 중소자본이 주는 저임금만 받는다면 개성공업단지에서 일하는 북측의 노동자들은 남측의 비정규노동자와 다를 것이 없게 된다.

8.28 평양회담에서는 경제협력 방안을 합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조국통일을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면 남북경제협력은 자동적으로 확대되고 발전될 것이다. 평화통일의 길이 보이지 않으므로 경제협력이 진척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남측 정부는 거꾸로 생각하고 있다. 남북경제협력을 발전시켜나가면 언젠가 통일이 될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생각하는 것이다.

미국은 한나라당 집권 바라지 않는다

□ 8.28 평양회담이 대선에 미칠 영향은?

■ 이번 8.28평양회담과 대선의 관계는 민감한 문제이다. 명백하게도 노무현 정권은 이번 회담을 대선국면을 돌파할 수 있는 유리한, 결정적인 요소로 인정하고 있다.

대중의 지지를 잃어버려 정치적으로 고립, 약화되고 신자유주의세계화에 떠밀려서 경제적으로 파산 위기에 처한 지금 노무현 정권이 손에 쥘만한 마지막 선택은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 밖에 없다. 그래서 노무현 정권은 이미 오래전부터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려는 의도를 품어왔고 실제로 그 회담의 성사를 위해서 은밀히 노력해왔다.

그러나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한 조건에서, 남북관계의 정상화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었다. 이번 대선이 가지는 특징은 조미관계 정상화라는 거대한 태풍 속에서 선거가 진행되는 것이다.

그 말의 뜻은 남북관계의 정상화가 대선국면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남북관계 정상화라는 노무현 정권의 마지막 선택이 그 정권에게 매우 불리해진 선거국면을 뚫고 나가는 유일한 돌파전략이 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서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도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말하면 남북관계 정상화를 반대하고 조미관계 정상화를 꺼리는 수구반동세력인 한나라당을 궁지에 몰아넣는다는 의미에서 8.28 평양회담은 노무현 정권에게 선거국면의 돌파전략으로 될 수 있다.

자기들의 편협한 정치적 이해에 눈이 어두워서 한반도 정세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한나라당은, 8.28 평양회담이 성사되고 그 파급력이 확대, 심화되는 것과 더불어 이번 대선에서 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 그렇다면 미국도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정상화와를 반대하는 한나라당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인가? 남측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대선 국면에서 미국이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어떤 수단이라도 반드시 쓸 것이라며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 꼭 그렇지만은 않다. 만약 한나라당이 지금이라도 입장을 바꿔 조미관계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남북관계에 적극 나선다면 달라질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는 스스로를 고립하면서 정반대의 편에 서있다.

미국의 전략목표는 남측에 구축해놓은 신식민주의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남측에서 어떤 정치세력이 자기들의 전략목표에 알맞은가를 판단한다.

만일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면 신식민주의체제는 무너지게 되고,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민주신당 같은 중도개혁세력은 결정적인 타격을 입고 뒤로 밀려나게 되며 그 대신 민주노동당에 대한 대중적 기대와 지지가 확대될 것이다.

이것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경우, 수구반동세력과 진보변혁세력의 양자대결구도가 형성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 양자대결구도의 형성은 신식민주의체제에 불안정을 안겨주는 요인으로 된다. 그러므로 중도개혁세력이 재집권해야 신식민지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만일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진보변혁세력과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신자유주의세계화의 직접적 피해자들이 정치적으로 연대하여 격렬한 대중투쟁을 벌일 것이다. 그것은 곧 집권세력의 위기와 몰락을 의미한다. 집권세력의 위기와 몰락은 정치적 혼란을 가져오게 되고 그 정치적 혼란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 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그러한 정치적 혼란을 절대로 바라지 않는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평택에 신속기동군 기지를 건설해주고, 한미동맹체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미국산 무기를 계속해서 수입하는 그런 중도개혁세력이 집권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재집권을 꿈꾸는 세력이 바로 그러한 세력이다. 미국의 요구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세력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이번 선거에서 정권교체를 희망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더 불안정하게 될 것인데 왜 정권교체를 바라겠는가.

지금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한나라당의 두 대선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것처럼 나타나고 있지만 그것은 여론조사일 뿐이다. 다시 말해서 조미관계의 정상화와 남북관계의 정상화라는 태풍급 정세변화를 아직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한 조사결과일 뿐이다. 그래서 그 결과는 비과학적이다.

올해 8.28평양회담부터 12월 대선까지, 그리고 내년 4월 총선,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 이르기까지 약 15개월 동안 한반도에는 지금 우리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엄청난 변화가 몰아칠 것이다. 그 변화의 방향은 조미관계 정상화와 남북관계의 정상화이다. 그러한 정세변화를 거스르고 반대하는 그 어떤 정치세력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며, 설령 집권에 성공했다고 해도 곧 무너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