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하는 신식민주의시장경제의 마지막 선택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글을 시작하며
2. 쇠퇴하는 신식민주의시장경제
3. 떠나가는 산업자본, 밀려드는 금융자본
4. 글을 맺으며

1. 글을 시작하며

2003년 1월 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별관 6층에서는 내외언론의 주목을 받지는 못하였으나 나중에 노무현정부의 경제정책수립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두 차례의 면담이 진행되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당시)가 그날 오전 정부종합청사 별관 6층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미국 대통령특사 제임스 켈리(James A. Kelly)를 만난 것과 오후에 세계적인 투자자문회사인 맥킨지(McKinsey & Company) 서울사무소 대표(당시) 다미닉 바튼(Dominic Barton)을 만난 것이다. 그들이 주고받은 이야기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켈리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요구를 전하였을 것이고, 바튼은 뉴욕 금융시장의 요구를 전하였을 것이다.

원래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바튼이 2002년에 펴낸 책 '비전 2010: 새 정부의 정책과제 및 시사점'을 읽고 그를 만나보고 싶어하였다고 한다. 남(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긴급구제금융을 받게 되었던 1997년 말, 바튼은 남(한국)정부로부터 용역을 받아 금융시장을 개편하는 '구조조정 시나리오'를 작성하였을 뿐 아니라, 평소에 주택은행이나 두산그룹 같은 대기업의 투자자문을 맡아온 터라 남(한국)의 금융시장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잘 알고 있었다. 언론이 전한 짤막한 보도에 따르면, 바튼은 새로 들어설 노무현정부가 동북아시아 금융중심지(financial hub)를 창설할 것을 대통령당선자에게 '조언'하였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바튼의 '조언'을 들었던 때로부터 두 달이 지난 2003년 3월 12일에 소집된 제23차 국정과제회의에서 노무현정부는 동북아시아 금융중심지 창설을 목표로 하는 3단계 추진전략을 채택하였다. 기반구축단계인 제1단계는 2007년까지 자본시장통합법을 제정하여 금융시장을 자유화, 국제화, 선진화하는 것이고, 특화단계인 제2단계는 2010년까지 세계 50대 자산운용회사를 남(한국)에 끌어들이는 것이고, 완성단계인 제3단계는 2015년까지 서울을 아시아의 3대 금융중심지로 내세우는 것이다. 이것은 뉴욕, 런던, 도쿄가 세계금융시장의 3대 거점으로 자리잡은 것을 흉내내어 서울을 홍콩,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 금융시장의 3대 거점으로 등장시키겠다는 야심에 찬 계획이다.

노무현정부가 동북아시아 금융중심지 창설 3단계 추진전략을 채택한 때로부터 4년 6개월이 흐른 2007년 7월 3일, 노무현정부는 바튼의 '조언'대로 동북아시아 금융중심지를 창설하는 1단계 목표를 달성하였으니,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이 그것이다. 그날 국회 본회의에서 제정된 자본시장통합법은 한 해 여섯 달 동안 준비기간을 거친 뒤에 2009년부터 시행될 것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은 지난 시기 증권, 자산운용, 선물자문, 투자자문으로 나누어졌던 남(한국)의 금융시장을 단일한 금융시장으로 통합하는 법이다.

1996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남(한국)은 이듬해인 1997년에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국제통화기금의 강요에 굴종하여 외국인의 주식투자와 채권투자를 전면적으로 자유화하였고, 외국인이 남(한국)의 은행과 증권사를 마음놓고 지배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폐지한 바 있는데, 이번에 제정한 자본시장통합법은 이미 10년 전에 개혁과 개방으로 자유화된 금융시장을 통합하려는 조치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7월 24일 청와대에서 소집된 국무회의에서 "자본시장통합법은 우리의 금융허브전략, 금융산업전략, 지식기반서비스사업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법"이라고 하면서 "그 법의 가치가 십분 활용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7년 7월 24일) 그의 말에서 엿보이듯이, 자본시장통합법을 제정한 가장 중요한 목적은 남(한국)의 금융시장을 통합하여 금융중심지를 창설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금융중심지 창설문제를 노무현정부보다 한 발 앞서 제기해온 것은 서울파이낸셜포럼(Seoul Financial Forum)이다. 이 단체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1997년 말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당시)가 국제통화기금에 파견한 재협상단의 전권대사를 지냈으며 현재 세계 3대 투자회사 가운데 하나인 골드먼 쌕스(Goldman Sachs)의 고문직을 맡고 있는 김기환, 남(한국)은행권의 대부로 불리는 국민은행장 김정태, 프린스턴대학교 경제학 박사로 서울대학교 제23대 총장을 지냈으며 일찍이 금융산업의 국제화를 주장한 '금융개혁론'(1995)을 쓴 정운찬, 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를 지낸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 의장 양수길,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다미닉 바튼을 비롯한 금융전문가들이다.

주목하는 것은,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합의와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이 석 달 간격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점이다. 4월 2일에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을 합의하였으며, 석 달 뒤인 7월 3일에 자본시장통합법을 제정한 것이다. 노무현정부가 임기의 마지막 해에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합의와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을 한꺼번에 강행처리한 것은, 신자유주의세계화의 길로 마구 내달린 것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남(한국)의 산업전반에 몰아치는 신자유주의세계화의 광풍은 초대형 태풍으로 강해질 것이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남(한국)의 금융시장은 신자유주의세계화의 해일 속에 휩쓸리게 될 것이다.

초강력한 태풍과 해일의 파괴력으로 비유할 수 있는 신자유주의세계화는 시장경제에 대한 정부당국의 간섭과 규제를 전면적으로 풀어준다는 뜻에서 자유화의 태풍과 해일이고, 그러한 자유화는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자유로운 지배와 수탈을 보장해준다는 뜻에서 경제예속의 극치이다. 경제관료들과 자본가들과 부르주아경제전문가들은 금융시장통합과 교역자유화가 남(한국)의 시장경제에 경쟁심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하지만, 금융시장통합과 교역자유화는 경쟁의 심화가 아니라 예속의 극치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금융시장을 통합하게 된 원인과 배경은 무엇일까? 금융시장이 통합되면 남(한국)의 시장경제는 어떠한 변화를 겪을 것인가? 금융시장통합과 남북(북남)경제협력 사이에는 어떠한 연관성이 있을까? 물음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2. 쇠퇴하는 신식민주의시장경제

일반적으로, 자본주의시장경제의 발전과정에서 금융시장의 통합이란 금융자본의 독점화를 촉진시킴으로써 금융자본의 시장지배력을 결정적으로 강화하지만, 남(한국)의 금융시장에서는 금융자본의 독점화가 아니라 그것의 예속화가 더욱 심화된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막대한 이윤을 수탈하는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수탈적 시장지배구조에 기생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신식민주의시장경제의 예속심화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에 그러하다.

이 글에서 남(한국)의 경제를 자본주의시장경제라고 부르지 않고 신식민주의시장경제라고 부르는 까닭은, 그 경제가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수탈적 시장지배구조에 기생하여야 성장할 수 있는 기생(붙살이)경제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시장경제라는 개념만으로는 남(한국)의 경제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경제관료들과 자본가들과 부르주아경제전문가들은, 오늘 남(한국)의 시장경제가 8천874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 13위의 경제규모, 6천349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 12위의 교역규모를 자랑할 만큼 고도의 물량적 성장을 달성하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이 의도적으로 은폐하는 것은, 그러한 물량적 측정에서 드러나는 비교우위현상이 무색하게, 환율조정, 구제금융, 구조조정, 무역질서를 틀어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세계무역기구(WTO)의 삼자복합체를 앞세운 제국주의독점자본이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시장지배와 이윤수탈의 강도를 이전보다 더 높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남(한국)의 시장경제야말로 제국주의독점자본이 시장지배와 이윤수탈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신식민주의시장경제의 전형이라는 사실이다.

미국, 유럽연합, 일본의 독점자본주의시장경제에서 그러한 것과 마찬가지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신식민주의시장경제에서도 불황→활황→호황→공황으로 주기순환을 반복하며 구조적 모순을 심화시키는 자본주의시장경제의 일반법칙이 작용하지만, 독점자본주의시장경제와 신식민주의시장경제 사이에서 돋보이는 차이점은 불황에서 벗어나는 서로 다른 이탈방식이다. 미국, 유럽연합, 일본의 제국주의독점자본은 자기가 지배하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신식민주의시장경제로부터 막대한 이윤을 수탈함으로써 불황에서 벗어나는 반면,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신식민주의예속자본은 제국주의독점자본에 대한 예속관계를 더욱 심화함으로써 불황에서 벗어난다.

그러므로 신식민주의시장경제가 물량적 성장을 거듭할수록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이윤수탈은 더욱 대량화되며, 이윤수탈이 누적적으로 대량화될수록 경제예속은 더욱 심화되는 것이다. 신식민주의시장경제가 아직 성장하지 못하였던 1960년대의 남(한국)에서는 제국주의독점자본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윤밖에 수탈해가지 못하였던 반면, 신식민주의시장경제의 물량적 성장이 높은 수준에 이른 2000년대의 남(한국)에서 제국주의독점자본은 천문학적 규모의 이윤을 수탈하고 있다. 신식민주의시장경제가 물량적으로 성장한 만큼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이윤수탈은 확대되는 것이며, 이윤수탈이 확대된 만큼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생활은 더욱 빈곤과 궁핍에 빠지는 것이다.

스위스 국제경영원(IMD)이 최근에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세계 13위의 경제규모와 세계 12위의 교역규모를 자랑하는 남(한국)에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경제고통지수(economic misery index)는 세계 3위에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고통지수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합하여 측정한 지수이다. 주목하는 것은, 남(한국)의 경제고통지수가 신식민주의시장경제의 물량적 성장에 정비례하여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기획처 양극화, 민생대책본부에 보낸 용역보고서 '소득분배 및 공적 이전, 조세의 재분배'에 따르면, 상대빈곤율(중위소득의 50%가 안 되는 가구소속 인구비율)은 2003년 13.63%, 2004년 14.88%, 2005년 15.97%, 2006년 16.42%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남(한국)의 경제고통지수와 신식민주의시장경제의 성장률이 정비례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 원인은 기형적 산업구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시장경제가 다른 나라에서 원료와 자재, 부품과 소재, 설비와 기술, 그리고 석유를 사들여서 완제품 또는 반제품을 조립하여 상대적으로 싼값으로 다른 나라에 되파는 노동집약적 부품조립 및 부품생산에 의존해왔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 남(한국) 제조업의 부품, 소재, 기술 자립도를 선진자본주의시장에 견주어보면, 정밀기기부품 60%, 자동차부품 50%, 항공기부품 50%, 플라즈마기술 35%, 섬유소재 65%이다. (연합뉴스 2007년 10월 18일)

예컨대 1976년 7월에 포니승용차 다섯 대를 처음으로 수출한 남(한국)의 자동차산업이 2000년 11월에 수출 100억 달러를 넘어섰고, 2004년 11월에 수출 2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2007년에는 수출 3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연합뉴스 2007년 10월 2일), 그 동안 남(한국)의 자동차산업은 핵심부품의 원천기술을 갖지 못하였으므로 다른 나라에서 사들인 자동차부품을 조립하여 생산한 자동차를 수출하였다. 남(한국)의 자동차산업이 핵심부품인 엔진을 독자기술로 개발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와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남(한국)의 기업들은 오랜 기간 동안 자금과 노력을 기울여 새로운 소재나 부품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려고 하였으나, 미국, 유럽연합, 일본의 선진기업들이 첨단기능을 가진 새로운 소재나 부품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바람에 기술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남(한국)의 기업들은 새로운 소재와 부품을 만들어낼 원천기술 개발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 유럽연합, 일본의 선진기업들이 개발한 소재와 부품을 사들여 조립생산하고 이를 싼값으로 수출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조립생산-저가수출은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시장경제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남(한국)의 산업화과정은, 이전 시기 미국, 유럽연합, 일본에서 진행되었던 산업화과정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조립생산-저가수출에 의존해온 경제가 신식민주의시장경제의 예속심화법칙에 따라 확대되어온 과정이었다.

그런데 주목하는 것은, 지난 30년 동안 조립생산-저가수출에 의존하여 이 땅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착취해온 신식민주의시장경제가 요즈음 쇠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들이 입모아 전해주는, 남(한국)의 수출상품이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렸다거나 남(한국)의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어버렸다는 식의 침울한 분위기는, 조립생산-저가수출에 의존한 신식민주의시장경제가 쇠퇴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언론들은 지난 시기의 고도성장이라는 말에 대비되는 저성장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어 쓰면서 경제성장이 이전에 비해 느린 속도로 진행되는 것처럼 선전하지만, 오늘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시장경제는 느린 속도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쇠퇴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쇠퇴론의 논거는 아래와 같다.

2007년 9월 9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원이 내놓은 보고서 '2006년 수출의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에 따르면,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2003년 111.2%, 2004년 93.3%, 2005년 69.2%, 2006년 72.9%로 낮아지고 있다. 내수시장이 해마다 마이너스 성장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가, 수출시장마저 해마다 쇠퇴하고 있는 것이 오늘 남(한국)의 경제가 보여주는 성적표이다.

내수시장과 수출시장의 동반하락은 기업의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2007년 10월 2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보고서 '국내기업 수익성 추이와 시사점'에 따르면, 남(한국)기업의 연평균 매출액 영업이익은 1997년 금융위기 이전 5년(1991-1996년) 동안에 7.1%이었는데, 금융위기 이후 5년(2002-2006년) 동안에는 6.5%로 떨어졌다. 대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은 8.1%에서 7.7%로, 중소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은 4.7%에서 4.5%로 각각 떨어졌다.

중소수출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업단지를 취재한 신문기자는, 통계를 보면 수출이 두 자릿수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지만 그것은 물량효과일 뿐이라고 지적하면서, "그냥 거래선 놓치지 않으려고 파는 겁니다. 하지만 수출을 하면 할수록 손해가 늘어 정말로 죽을 지경"이라는 현지기업인의 말에서 "생존의 위기를 절감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적었다. (한국일보 2007년 10월 9일)

2007년 10월 21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 '2008년 경제전망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전두환정부로부터 김대중정부에 이르기까지 21년 동안 평균 경제성장률(국내총생산 기준)은 7.9%이었는데, 노무현정부의 경제성장률은 집권 다섯 해 동안 연속해서 세계 평균경제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4.3%로 주저앉고 말았다. 노무현정부의 수출증가율이 전두환정부로부터 김대중정부에 이르기까지 21년 동안의 평균수출증가율 12.4%보다 높은 13.2%에 이르렀는데도 경제성장률이 주저앉은 것은, 조립생산-저가수출에 의존하는 신식민주의시장경제가 쇠퇴의 늪에 빠졌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식민주의시장경제가 쇠퇴하는 원인은 세계적 범위에서 덧쌓이는 과잉신용→과잉투자→과잉생산의 해악이 자본주의시장경제 전반을 침체시키는데 있다. 세계적 범위에서 진행되는 자본주의시장경제의 전반적 침체는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시장경제에 파산위험을 몰아온다.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시장경제에 파산위험을 경고하는 빨간 불을 켜놓은 몇 가지 징후는 아래와 같다.

2-1) 조립생산-저가수출에 의존한 신식민주의시장경제의 쇠퇴는 외국계직접투자(FDI)를 급격히 감소시킨다. 제국주의독점자본은 자기에게 이윤수탈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시장경제를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7년 10월 16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발표한 '2007년 세계투자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에 남(한국)에 들어간 외국계직접투자총액은 49억5천만 달러인데, 이것은 2005년의 70억5천만 달러에 비해 29.8%가 줄어든 것이다. 그에 따라 남(한국)의 외국계직접투자 유치순위는 2005년에 세계 27위였으나 2006년에는 스무 단계나 밀려나 47위로 떨어졌다. 2006년에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신식민주의시장경제로 몰려든 외국계직접투자액은 2005년에 비해 21%가 늘어난 3천790억 달러이고, 동유럽과 독립국가연합(CIS)에 몰려든 2006년의 외국계직접투자액도 2005년도에 비해 68%가 늘어난 690억 달러인데(연합뉴스 2007년 10월 17일), 유독 남(한국)에 들어가는 외국계직접투자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2-2) 조립생산-저가수출에 의존한 신식민주의시장경제의 쇠퇴는 제조업의 설비투자를 급격히 감소시킨다. 제조업의 연평균 실질설비투자증가율을 살펴보면, 전두환정부(1983-1987년) 14.9%, 노태우정부(1988-1992년) 12.1%, 김영삼정부(1993-1997년) 7.9%, 김대중정부(1998-2002년) 0.6%, 노무현정부(2003-2006년) 3.9%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2007년 11월 4일)

2-3) 조립생산-저가수출에 의존한 신식민주의시장경제의 쇠퇴는 정부재정과 가계재정을 빚더미 위에 올려놓았다. 노무현정부가 집권 다섯 해 동안 걸머진 정부채무는 168조4천억 원인데, 이것은 1948년 8월 정부수립 뒤로 역대정부가 59년 동안 쌓아놓은 채무총액 133조6천억 원보다 많은 것이다. (조선일보 2007년 10월 21일) 2008년에 당장 갚아야 할 정부채무는 48조8천억 원, 국내 및 해외차입금은 1조1천억 원으로, 모두 49조9천억 원에 이른다. (연합뉴스 2007년 10월 16일)

2007년 9월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 '2분기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2007년 6월 말 현재 가계빚 누적액은 596조4천407억 원에 이르러 사상 최고액을 기록하였다. 가구당 평균 3천73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가계빚은 2003년 8조5천77억 원, 2004년 27조948억 원, 2005년 46조8천336억 원, 2006년 60조4천676억 원으로 폭증하였다. 2006년 10월 말 현재 가계빚을 갚을 능력이 없어 파산상태에 빠진 가구는 전체 가구의 28.5%에 이르렀다.

2-4) 조립생산-저가수출에 의존한 신식민주의시장경제의 쇠퇴는 자금유통을 기형화한다. 언제 파산할지 모르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너무도 불안해진 조건에서, 자금은 은행과 증시에서 발길을 돌려 부동산시장으로 몰렸고, 그에 따라 부동산가격이 치솟았다. 노무현정부가 출범한 뒤로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12.6%보다 4.9배나 많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23.9%보다 2.6배나 많은 62.2%이다. (연합뉴스 2007년 10월 17일) 노무현정부가 출범한 뒤 네 해만에 땅값은 87%나 올랐다. (연합뉴스 2007년 9월 9일) 2006년 한 해 동안 집값이 치솟아 생긴 불로소득총액은 237조8천920억 원인데, 이것은 2007년 정부예산의 1.2배이며 경부고속철도 12개를 부설할 수 있는 거액이다. (연합뉴스 2007년 10월 17일) 2007년 10월 24일 행정자치부가 내놓은 '2006년 토지소유 현황'에 따르면, 사유지 가운데 외국인이 사들인 땅이 차지하는 비율은 강원도 48.2%, 경상북도 47.4%, 충청북도 47.2%, 전라남도 44.3%, 충청남도 42.0%, 경상남도 39.8%, 울산 36.1%, 경기도 34.8%, 제주도 34.3%, 부산 21.1%, 서울 15.2%이다. 외국인 토지소유를 자유화한 뒤로, 외국인이 사들인 땅은 2006년 말 현재 68㎢인데, 2000년 말의 23㎢에 비해 약 세 배가 늘었다.

남(한국)경제의 쇠퇴는 예속심화법칙이 작용하는 신식민주의시장경제가 겪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 결과이다. 신식민주의시장경제의 예속심화법칙이 무엇인지를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경제관료들과 자본가들과 부르주아경제전문가들이 성장을 우선할 것이냐 분배를 우선할 것이냐 하는 부질없는 말싸움을 벌이는 사이에 경제파탄의 위험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경제파탄이란 자본철수, 공장폐쇄, 기업파산, 대량실업, 물가폭등, 통화팽창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분노가 폭발하여 폭동이 일어나고 체제유지력이 마비되는 대재앙을 뜻한다.

2007년 10월 8일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 1천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8.1%가 남(한국)의 앞날을 비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의 희망을 잃어버린 88.1%의 응답자들은, 20대 80으로 양극화된 남(한국)사회에서 80에 속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조립생산-저가수출에 의존해온 남(한국)경제의 쇠퇴는 세계적 범위에서 자본주의시장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신식민주의시장경제의 예속심화법칙이 작용하여 생겨난 필연적 결과이므로 노무현정부에게 불가항력적이다.

3. 떠나가는 산업자본, 밀려드는 금융자본

외국계직접투자 감소, 정부재정과 가계재정의 파산, 기형적 자금유통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것은, 남(한국)이 외국자본의 투자기피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외국자본의 철수와 투자기피는 투자유치로 명맥을 이어가는 신식민주의시장경제가 치명적인 직격탄을 맞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2007년 10월 28일 한국무역투자진흥원(KOTRA)이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에 내놓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외국자본 철수액은 2005년에 32억8천만 달러였고, 2006년에는 50억6천만 달러로 늘어났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외국자본 철수액이 연평균 11억4천만 달러였던 것에 견주어보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직감할 수 있다.

2007년 7월 한국무역투자진흥원이 남(한국)에서 떠나간 11개 나라의 외국기업 40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특별한 철수요인이 없다는 응답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남(한국)에서 자본을 철수하는 외국기업들이 철수이유를 밝히기를 꺼려하고 있음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자본철수는 경제적 요인과 정치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일어나는 현상이다. 남(한국)에서 외국자본이 떠나는 경제적 요인은, 위에서 논한 것처럼 조립생산-저가수출에 의존해온 신식민주의시장경제가 쇠퇴하고 그에 따라 제국주의독점자본이 수탈하는 이윤이 차츰 줄어들고 있다는데 있다. 그리하여 제국주의독점자본은 남(한국)을 떠나 더 많은 이윤을 수탈할 새로운 투자대상을 찾아가는 것이다. 아시아대륙의 거대한 시장을 집어삼키고 있는 제국주의독점자본에게는 중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들이 남(한국)보다 더 매력적인 투자대상일 것이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남(한국)에서 외국자본이 떠나는 정치적 요인이다. 조미양자회담을 중심으로 진행된 6자회담에서 한(조선)반도를 비핵화하기 위한 9.19 공동성명과 2.13 초기조치가 채택되고 그에 따라 조미관계와 남북(북남)관계가 발전궤도에 오른 오늘, '핵문제'를 둘러싸고 긴장의 파고가 높았던 지난 시기에 견주어 한(조선)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이 줄어든 것은 명백하다. 그런데도 남(한국)에서 외국자본이 떠나기 시작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 물음은 아래와 같은 설명을 요구한다.

조미관계 정상화 앞에는 두 갈래의 상반되는 가능성이 놓여있다. 미국은 북(조선)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핵확산금지체제를 유지하고, 북(조선)의 사회주의체제를 와해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반면, 북(조선)은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반사회주의고립압살책동을 무력화하고 남(한국)에서 제국주의점령군을 철군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또한 조미관계 정상화는 남북(북남)관계 발전을 결정적으로 촉진시키는데, 남북(북남)관계 발전 역시 두 갈래의 상반되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2007년 10월 4일에 발표된 남북(북남)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 나타나듯이, 남측은 '남북경제공동체'를 창설하여 이른바 '체제전환'을 전제로 하는 개혁개방으로 북측을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하는 반면, 북측은 '국가보안법'을 무력화시키고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실현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처럼 두 갈래의 상반되는 가능성을 지닌 조미관계와 남북(북남)관계의 발전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명백하게도 세력관계이다. 한(조선)반도에 형성된 북(조선)과 미국의 세력관계, 그리고 남북(북남)의 세력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따라서 조미관계와 남북(북남)관계의 발전방향이 결정되는 것이다.

한(조선)반도에서 북(조선)과 미국이 팽팽하게 맞선 세력관계, 그리고 그것의 영향 아래에 있는 남북(북남)의 세력관계를 뒤집어놓은 것은 북(조선)의 위력적인 군사행동이었다. 2006년 7월 4일 북(조선)은 자력으로 생산하여 작전배치한 여러 종류의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잠수함 수중발사관과 이동식 지상발사대에서 연속적으로 쏘아올리는 미사일발사훈련을 실시하였고, 10월 9일에는 지하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측을 뒤집어엎고 차세대 전략무기로 불리는 고방사능무기(HRW)를 지하에서 폭발시키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하였다. 북(조선)이 취한 위력적인 군사행동은 워싱턴의 제국주의군사전략을 무력화시킬 작전능력을 입증하였고, 워싱턴의 제국주의반동정권을 경악과 충격에 빠뜨렸다. 그 동안 북(조선)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면서 조미정치회담을 완강히 거부해오던 부쉬정부가 그 회담에 제 발로 걸어나가는 정치적 굴복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 거기에 있다. 이에 관해서는 2007년 8월 13일 통일뉴스와 진행한 나의 대담 '북(조선)의 첨단군사력과 한(조선)반도의 정세변화'에서 논한 바 있으므로 이 글에서 재론하지 않는다.

북(조선)의 위력적인 군사행동으로 자기의 한(조선)반도 군사전략이 무력화되었음을 알게 된 워싱턴의 제국주의반동정권은, 북(조선)이 실시한 미사일발사훈련이 실패로 끝났다고 왜곡하더니 고방사능무기 지하폭발실험도 실패한 지하핵실험이라고 왜곡하면서 연거푸 세상을 속이려고 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북(조선)의 미사일발사훈련과 고방사능무기 지하폭발실험에 관한 정확한 정보들이 하나둘씩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가장 최근에 알려진 정보는 미국 대통령 조지 부쉬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2007년 10월 23일 미국 국방대학원에서 행한 정책강연에서 2006년 7월에 북(조선)이 발사한 미사일에는 미국의 국가정보기관이 미국에 도달하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 체계가 포함되었다고 말하였다. (연합뉴스 2007년 10월 24일) 이것은 그가 북(조선)이 첨단미사일을 보유하였음을 실토한 것이다.

정보의 흐름에 예민한 제국주의독점자본이 이러한 세력관계의 변화를 파악하지 못할 리 없다. 제국주의독점자본은 한(조선)반도에서 북(조선)과 미국이 팽팽하게 맞선 세력관계가 북(조선)의 군사행동으로 뒤집어진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간파하였을 것이다. 북(조선)과 미국의 세력관계가 북(조선)의 군사행동으로 뒤집어진 것은, 북(조선)의 요구대로 조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정치회담이 시작됨으로써 북(조선)에게 제국주의점령군을 철군시킬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게 되는 것을 뜻하고, 조미관계의 변화에 따라 남북(북남)관계가 발전하여 남(한국)의 '국가보안법'이 무력화되는 것을 뜻한다. 제국주의점령군 철군문제를 다룰 조미정치회담이 시작되고, '국가보안법'이 무력화되는 것은 남(한국)에서 민주주의혁명의 객관적 조건이 유리하게 전변되는 것이다. 남(한국)에서 민주주의혁명이 발전하는 것은 제국주의독점자본이 치명적 타격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남(한국)에서 외국자본이 떠나기 시작한 까닭이 거기에 있다.

자본철수와 투자기피를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노무현정부이다. 자본철수와 투자기피가 신식민주의시장경제의 급격한 붕괴를 뜻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

노무현정부는 외국자본의 철수를 중지시키기 위해서 세 종류의 비상대책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두말할 나위 없이, 비상대책의 목적은 자본철수와 투자기피를 촉진시키는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3-1) 노무현정부가 취한 비상대책은, 주한미국군사령부가 2012년 4월 16일에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게 돌려주면서 주한미국군 지상군을 단계적으로 철군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한국군의 무력증강을 다그치는 것이다. 무력증강의 목적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주한미국군 지상군을 단계적으로 철군해도 독자적인 작전능력을 갖춘 한국군이 주한미국군을 대신해서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안전을 이전처럼 지켜줄 수 있음을 과시하려는데 있다. 노무현정부가 입만 열면 한(조선)반도의 평화체제를 말하면서도 막 뒤에서는 줄곧 한국군의 무력증강을 다그치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보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러나 한국군의 무력증강은 두 가지 장애물에 걸려있다. 하나는 한(조선)반도에서 불안정한 정전체제가 공고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바뀌는 것과 때를 맞춰 군비감축요구가 제기될 것이라는 점이다. 남북(북남)관계가 발전할수록 한국군의 무력증강은 더 많은 중단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군의 무력증강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군사비를 충당할 재원이 말라버렸다는 점이다. 신식민주의시장경제가 쇠퇴할수록 무력증강에 들어가는 군사비를 마련하는 것은 더 많은 포기압력을 받게 된다.

3-2) 노무현정부가 취한 비상대책은,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자본시장통합법을 제정함으로써 남(한국)을 떠나기 시작한 제국주의독점자본에게 신식민주의자본시장의 영구적 지배를 간청하는 것이다. 제국주의산업자본이 떠나기 시작한 오늘, 제국주의금융자본의 수탈적 시장지배구도에 기생하는 것은 조립생산-저가수출에만 의존해오다 결국 파산위기에 빠진 남(한국)의 식민주의시장경제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마지막 비상대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여 상품교역을 전면적으로 개방하고 산업구조를 재편한다고 해도 남(한국)의 산업자본이 다시 일어설 가망은 보이지 않는다. 제국주의독점자본이 중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들에게로 발걸음을 돌리는 오늘,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산업자본은 고부가가치를 지닌 첨단상품을 개발하고 생산하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그러한 금융적, 기술적 자립토대가 없기 때문에 다시 일어설 가망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상품교역의 전면개방은,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산업자본을 회생이 아니라 재앙으로 끌어갈 것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의 재앙적 결과에 관해서는 2006년 3월 26일에 작성한 나의 글 '한미자유무역협정의 재앙, 사회변혁운동의 전진', 그리고 2007년 4월 22일에 작성한 나의 글 '신식민주의무역협정과 민주주의혁명'에서 논한 바 있으므로 재론하지 않고, 이 글에서는 자본시장통합법에 관해서 논한다. 자본시장통합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남(한국)의 금융시장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3-2)-(1) 2006년의 경우 남(한국)의 증시에서 전기전자부문의 시가총액은 2003년 101조8천475억 원, 2004년 114조3천193억 원, 2005년 173조5천168억 원, 2006년 153조7천659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줄곧 1위를 지켜왔는데, 2003년 59조9천916억 원, 2004년 67조7천508억 원, 2005년 131조2천8억 원, 2006년 137조8천812억 원으로 급증한 금융부문의 시가총액이 2007년 8월부터 전기전자부문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연합뉴스 2007년 10월 24일) 이것은 금융자본의 흐름이 남(한국)의 증시를 좌우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3-2)-(2) 제국주의금융자본의 시각에서는 남(한국)의 금융시장이 20-30년 뒤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7년 10월 31일 스위스 민간단체인 세계경제포럼(WEF)이 131개 나라의 세계경쟁력지수(Global Competitiveness Index)를 측정한 '2007년도 국가별 경쟁력 보고'에 따르면, 남(한국)의 금융시장은 은행 건전성 69위, 투자자 보호 45위, 외국계직접투자 39위를 기록하여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제국주의금융자본이 남(한국)의 금융시장을 본격적으로 지배하고 수탈하기 위해서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밀고 나가야 함을 뜻한다.

3-2)-(3) 2007년 10월 금융감독원이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소유한 주식은 2002년 말 93조1천607억 원이었는데, 2007년 9월 말 현재 324조1천806억 원으로 3.4배 늘어났고,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이 소유한 주식은 2002년 말 3조9천291억 원이었는데, 2007년 9월 말 현재 17조6천105억 원으로 315.9%가 급증하였다. (연합뉴스 2007년 8월 26일) 2004년 5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남(한국)의 증권거래소 상위 200개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12%가 외국주주의 경영간섭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들이 겪은 어려움 가운데서 47%는 외국주주들이 이윤을 설비에 재투자하지 않고 배당수익금으로 거둬가는 것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 네 해 동안 남(한국)의 주식시장에서 시세차익, 환차익, 배당수익으로 거둬간 이윤총액은 수십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테면, 세계 3대 투자은행 가운데 하나인 골드먼 쌕스는 1999년에 5억 달러를 국민은행에 투자해놓고 기회를 노리다가, 2002년 6월에 보유주식을 팔아치워 5천589억 원의 이윤을 거둬갔으며, 2003년 9월에는 해외주식예탁증서(ADR) 보유주식을 팔아치워 2천695억 원의 이윤을 거둬갔다. 론스타(Lone Star)는 극동건설, 스타리스, 외환은행 주식을 팔아 1조5천억 원의 이윤을 거둬갔다. 이것은 외국자본의 금융적 이윤수탈이 극에 이르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3-2)-(4) 2007년 10월 5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오찬강연에 나선 금융감독위원장 김용덕은 "세계금융시장이 하나로 통합된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미국 금융감독기관과의 협력은 불가피하며 주기적으로 미국측 감독관들을 만나 상호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007년 10월 5일) 이것은 남(한국)의 금융감독기관이 미국의 금융감독기관에게 종속되었음을 뜻하는 말이다. 제국주의독점자본의 돌격대 노릇을 하는 국제통화기금은 해마다 서울에 대표단을 보내어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금융감독위원회,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을 상대로 '국제통화기금 정례협의'라는 것을 벌여놓고 정부재정과 금융시장에 관한 정책전반을 '협의'하고 내년의 주요정책에 관한 '의견을 교환한다'. (연합뉴스 2007년 10월 31일) 국제통화기금이 '정책협의'와 '의견교환'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실제로는 남(한국)의 금융시장을 좌우하는 지배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07년 11월 1일부터 8일까지 국제통화기금 대표단은 서울에 머물면서 '정책협의'와 '의견교환'이라는 이름의 금융시장지배공작을 벌이는 중이다.

다른 한편,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국제금융연구기관인 국제금융연구원(IIF)은 재정경제부 차관보를 비롯한 경제관료들과 12개 금융회사 최고경영인 30여 명으로 구성된 남(한국) 금융대표단을 뉴욕으로 초청하여 2007년 11월 4일부터 8일까지 금융시장 현장수업을 실시한다.

3-2)-(5) 2007년 9월 19일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 '국내 투자은행의 당면과제'에 따르면, 남(한국)의 자본시장을 지배하는 남(한국) 3대 증권사가 가진 총자산은 미국의 3대 투자은행인 메릴 린치, 모건 스탠리, 골드먼 쌕스가 가진 총자산의 10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남(한국)의 상위 6개 증권사의 평균 자산규모는 1조7천억 원밖에 되지 않으며, 자산운용사는 38개, 증권사는 44개나 되고, 2005년도 증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1%로 같은 기간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 19.6%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남(한국)의 금융시장은 영세화되어있는 것이다.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해외자본시장을 휘젓는 공격적 투자전략에 능한 반면, 남(한국)의 증권사들은 단순한 주식중개업무의 능력밖에 없다. 이것은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됨에 따라 남(한국)자본시장의 물량규모가 증대되겠지만, 그 증대현상은 제국주의금융자본의 지배와 수탈이 확대되는 과정으로 될 수밖에 없음을 예고해주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자본시장통합법이 제정되자 투자은행(IB)이라는 탈을 쓴 제국주의독점자본은 그 법이 제정되기를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남(한국)의 금융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하였다. 25조 원의 자본규모를 가진 미국계 금융회사 골드먼 쌕스, 세계 20대 금융회사 가운데 하나이며 50개 나라에 지사를 둔 네덜란드계 금융회사 아이엔쥐 그룹(ING Group), 17개 나라에 지사를 두고 자산규모 1천354억 달러를 자랑하는 미국계 금융회사 라자드(Lazard Itd), 50개 나라에 지사를 둔 영국계 금융회사 스탠더드 차터드 그룹(Standard Chartered Group)이 발빠르게 나선 것이다.

1997년 금융위기 이후 제국주의금융자본이 남(한국)의 은행자본을 장악, 지배해오고 있음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1998년에 에이취 앤드 큐(H&Q), 롬바드(Lombard)가 굿모닝증권을, 칼라일 그룹(Carlyle Group)이 한미은행을, 뉴브릿지 캐피틀Newbridge Capital)이 제일은행을 사들였고, 1999년에는 올림푸스 캐피틀(Olympus Capital)이 외환카드를 사들였고, 2003년에는 론스타(Lone Star)가 외환은행을 사들였다. 2006년 말 현재 외국인 지분율은 국민은행 82.88%, 하나금융지주 80.21%, 대구은행 66.56%, 신한금융지주 58.9%, 부산은행 56.06%로 나타났다.

제국주의금융자본이 남(한국)의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과정에는 김 앤드 장 법률사무소, 스위스기업 케이피엠쥐 인터내셔널(KPMG International) 한국지사인 삼정 케이피엠쥐, 인베스투스 글로벌(Investus Global) 같은 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부총리들, 재정경제부 관리들, 금융감독원 관리들, 금융감독위원회 관리들, 감사원 관리들, 공정거래위원회 관리들, 주미대사, 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 건설교통부 관리들, 외교통상부 관리들, 국세청 관리들, 청와대 비서관들, 은행장들이 깊숙이 개입되었다.

이처럼 남(한국)의 은행자본을 장악, 지배하는 제국주의금융자본이 새로 노리는 것은 남(한국)의 금융자본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을 제정한 목적은 산업자본이 아니라 금융자본을 중심으로 신식민주의시장경제를 재편하려는데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는 때를 노리고 있는 제국주의독점자본은 금융선진화, 금융시장 구조조정, 금융개혁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남(한국)의 금융시장을 집어삼킬 것이다. 남(한국)의 산업자본 축적과정에서 신식민주의시장경제의 예속심화법칙이 작용해온 것처럼, 금융자본 축적과정에서도 제국주의금융자본의 지배와 수탈이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3-3) 노무현정부가 취한 비상대책은 '남북경제공동체 창설'이라는 구실로 북측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여 북측에 '자유경제무역거점'을 내오려는 것이다. 노무현정부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서울, 인천, 개성, 해주를 잇는 '자유경제무역거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노무현정부에게 있어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남북경제공동체'를 창설하기 위한 사전준비인 것이다. '남북경제공동체'는 10.4 평양선언에 나오는 남북(북남)경제협력의 공약들을 이행하려는 것이 아니라, 경제협력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북측을 개혁개방으로 끌어내어 남측의 노동집약적 산업을 북측으로 이전하려는데 창설목적을 두고 있다. 쇠약증에 걸린 남측의 노동집약적 산업을 북측으로 이전하면, 남측에게는 두 가지 기회가 생긴다. 하나는 쇠약증에 걸린 남(한국)의 산업자본을 회생시킬 수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북측의 사회주의계획경제를 남측의 신식민주의시장경제에 종속된 하부단위로 편입시키는 자본주의시장경제화를 밀고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남측의 신식민주의예속자본이 북측에 '자유경제무역거점'을 내오려면 막대한 자본을 축적해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홍순직은 10.4 평양선언과 직접 연관된 대북(조선)투자규모를 113억 달러로 추정하였다. (연합뉴스 2007년 10월 29일)

제국주의독점자본에 기생하는 남측의 신식민주의예속자본에게는 그처럼 막대한 자본을 축적할 능력이 없다. 따라서 남측의 신식민주의예속자본이 북측에 '자유경제무역거점'을 내오려면 이른바 '국제자금'을 끌어들이는 수밖에 없다. '국제자금'이란 신식민주의시장경제를 지배하고 수탈하는 제국주의독점자본이며, 대북(조선)투자에 제국주의독점자본을 끌어들인다는 말은 북측을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지배와 수탈로 끌어들인다는 뜻이다.

대북(조선)투자에 제국주의독점자본을 끌어들이려면 북측이 개혁개방을 선택해야 하지만, 북측은 남측의 '개혁개방 타령'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회주의건설을 다그치고 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죽과 강냉이를 먹으면서 사회주의계획경제와 사회주의자력갱생을 결사적으로 지켜낸 북측이 경제회복기를 지나 경제성장기에 접어든 오늘에 와서 사회주의경제건설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 선군정치의 기치 아래 사회주의강성대국을 건설하고 있는 북측이 개혁개방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0.001%도 없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노무현정부가 말하는 북측의 개혁개방과 '남북경제공동체 창설'은 허망한 자기성취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성취적 예언이란 불안감이나 착각에 빠진 행위자가 실제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목적을 마치 성취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그것을 위해 애쓰는 짓이다.

4. 글을 맺으며

노무현정부가 자본시장통합법을 제정하면서 들고 나온 이른바 동북아시아 금융중심지 창설은, 남(한국)의 금융시장을 발판으로 삼고 동북아시아의 금융시장을 틀어쥐려는 제국주의금융자본의 정책적 의지를 추종한 것이다. 실제로 제국주의금융자본은 중국, 일본, 남(한국), 대만을 포괄하는 동북아시아의 거대한 금융시장을 세계 최대의 금융수탈대상으로 개조하는 중이다. 2007년 4월 4일 국제금융연구원이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합동회의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제국주의독점자본은 올해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신식민주의시장경제에 순입 기준으로 5천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자본을 투하할 것이며, 그에 따라 세계금융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세계금융시장의 성장은, 제국주의금융자본의 수탈적 시장지배 곧 금융자본의 이윤수탈이 확대되고 있음을 뜻한다. 세계금융시장의 성장추세 속에서 오늘 남(한국)의 금융시장은 대량수탈의 올가미에 걸려들고 있다.

남(한국)의 금융시장이 대량수탈의 올가미에 걸려드는 상황은, 자본시장통합법이 단순한 금융관련법안이 아니라는 점을 말해준다. 그 법의 제정은 제국주의독점자본이 밀고 나가는 신자유주의세계화의 경제통합전략이 금융시장의 지배와 금융자본의 수탈로 전개될 것임을 미리 알려주는 예고편이다.

노무현정부는 신식민주의시장경제의 파산을 막아보려는 생각에서 자본시장통합법을 제정하였으나, 그것은 파산을 막아주는 비상대책으로 될 수 없다.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은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영구적인 대량수탈을 보장해주는 반동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비상대책이 아니라 최후의 절망적인 선택으로 될 것이다. (2007년 11월 6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