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강화론, 실용주의사상주입, 영어공교육강화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칭찬현상' 위에 떠도는 한미동맹강화론
2. 한미동맹에 도전하는 진보담론
3. 괴리현상을 넘어서 23%로 다가서는 길
4. 자주의식화현상을 제거하는 실용주의사상주입
5. 1948년에 멈춰선 신식민주의 역사의 시계바늘

1. '칭찬현상' 위에 떠도는 한미동맹강화론

2008년 1월 17일 주한미국대사 알렉샌더 벌쉬바우는 남(한국) 일간지 기자에게 자신이 대통령 당선자 이명박을 몇 차례 만나보았다고 하면서 그를 이렇게 평하였다.

"한미관계에 대해 명쾌한 비전이 서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미자유무역협정 비준이나 북핵문제 등 시급한 현안에 대한 인식이 내가 조언할 필요가 없을 만큼 분명한 코스로 잘 가고 있다. 대통령 취임 후 봄께 방미하는 걸 양국 정부가 추진 중이다." (중앙일보 2008년 1월 19일)

대사가 대통령 당선자에게 한미관계에 관해 '조언'하는 것을 당연한 관행처럼 여기면서, 마치 공부 잘 하는 학생을 만나본 선생처럼 이명박을 칭찬한 벌쉬바우의 오만한 태도는, 한미관계가 얼마나 비정상적인지를 드러내주는 단면이다.

이명박이 벌쉬바우로부터 받은 칭찬은 미국 연방의회로부터 받은 과분한 칭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2008년 2월 7일 미국 연방하원은 본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 축하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연방상원도 연방하원의 뒤를 이어 축하결의안을 곧 채택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 연방의회 상하양원이 다른 나라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이변을 파격적이라고 논평하는 내외언론의 분위기는 과장된 것이 아니다. 연방의회가 그러하니 백악관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지금 워싱턴에서는 대통령 취임을 앞둔 이명박에 대한 칭찬이 그야말로 자자하다.

이러한 '칭찬현상'은 2003년 2월 노무현 정권 출범에 즈음하여 연방하원 본회의에 상정된, "새 정부의 출범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노무현 정권 인정 결의안이 부결되었던 '무시현상'과 너무도 대조적이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인정결의안을 부결시켰던 미국 연방의회가 이번에 이명박 정권에 대한 축하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을 보면, 한미관계에 대한 워싱턴의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직감할 수 있다.

워싱턴에서 이명박 칭찬이 자자한 까닭은, 그가 정권 출범을 앞두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정책기조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다섯 해 전에 당시 대통령 당선자 노무현은 한미동맹에 대해서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면서도 약간 비판적인 인상을 풍긴 바 있었다. 미국 연방의회가 노무현 정권에게 보여주었던 '무시현상'은 노무현에게서 풍긴 그러한 비판적 인상에 자극 받은 것이었다.

그러나 노무현과 완전히 다르게 이명박은 한미동맹강화론을 들고 나와 워싱턴의 인기를 독차지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이명박 정권은 모든 정책의 바탕에 한미동맹강화론을 깔아놓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한미동맹강화론은 이명박 정권이 처음 내놓은 것이 아니다. 한미동맹강화론을 먼저 제기한 쪽은 미국이었다. 2007년 12월 19일에 실시된 대선을 얼마 앞두고, 미국은 한미동맹강화론을 의도적으로 제기하였다. 그것은 사실상 남(한국)의 대선후보들에게 한미동맹강화론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 요구에 민첩하게 반응하면서 미국의 비위를 맞춘 대선후보가 이명박이었다.

한미동맹강화론의 시동은 미국 연방하원이 걸었다. 연방하원은 2007년 6월 11일에 '한미동맹강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다. 그러한 분위기에 맞장구를 치듯, 한미협회가 2001년부터 연례적으로 주최해오는 '한미친선의 밤'이 2007년 11월 8일 서울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그 자리에는 6자회담 남측 수석대표 천영우, 한나라당 국회의원 박진, 주한미국대사 알렉샌더 벌쉬바우, 주한미국군사령관 바월 벨 등 관계, 정계, 재계 주요인사 600여 명이 참석하였다. 축사에 나선 벌쉬바우는 "올해 미국과 한국은 방위동맹을 강화하고 현대화하는데 실질적인 진전을 보았으며, 이러한 진전은 앞으로 동북아시아 안보의 핵심기둥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하원이 시동을 걸어놓은 한미동맹강화론을 밀고 나간 것은 미국 국방부이다. 2007년 11월 6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29차 한미군사위원회(MCM)는 한미동맹강화론에 힘을 실어주었다. 2007년 11월 13일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의 미국군기지 건설현장에서 열린 기공식에서 주한미국군사령관 바월 벨은 기념사를 하면서 "오늘은 미래 한미동맹의 강력한 조성을 의미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는 이튿날 서울 용산구에 있는 주한미국군기지 연병장에서 열린 한미연합군사령부 창설 제29주년 기념식에서도 "한미동맹은 매우 뿌리 깊기 때문에 21세기 및 그 이후에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였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2007년 12월 19일 미국 연방상원은 본회의에서 '한미동맹강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이처럼 워싱턴과 서울에서 한미동맹강화론이 활발하게 제기된 것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현상이다. 그 이색적인 현상을 뒤집어보면, 한미동맹에 대한 불안감이 워싱턴과 서울에 소리 없이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이 엿보인다. 한미동맹이 안정적이라면 구태여 한미동맹을 강화한다는 결의안까지 채택하면서 야단법석을 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한미동맹이 불안정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에 한미동맹강화론이 제기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것은 한미동맹에 도전하는 세력이 등장하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2. 한미동맹에 도전하는 진보담론

한미동맹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보이는 까닭은, 남측에서 한미동맹해체론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한미동맹해체론을 정면으로 제기한 사람은 2007년 12월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였던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권영길이다. 그는 2007년 11월 13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선거운동본부에서 한미동맹해체론을 선거공약으로 내놓았다. 그가 제시한, 한미동맹을 해체하기 위한 5대 공약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해체 동력을 마련하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한다.

2) 주한미국군을 3단계에 걸쳐 철군시키고, 주한미국군 기지를 반환 받는다.

3) 전시작전통제권을 완전히 환수하고, 주한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한다.

4) 주한미국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무효화하고, 한미동맹에 기초한 한국군 해외파병을 금지한다.

5) 주한미국군을 위한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을 폐기한다.

미국이 남(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 방위공약'을 폐기하는 과제를 명시하지 않은 것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위의 5대 공약은 지금까지 남(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된 한미동맹해체론 가운데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진보담론으로 평가할 수 있다. 만일 권영길이 내놓은 한미동맹해체론이 현실화되면, 한(조선)반도에서, 그가 적절하게 표현한 대로, '진짜 평화'가 실현될 뿐 아니라, 한미관계의 제약과 구속에서 벗어난 남북(북남)관계는 자주적 통일정부 수립을 향하여 급진전하게 될 것이다.

권영길의 한미동맹해체론은 대선공약으로 제시된 것이지만, 그가 속한 민주노동당의 지배적 당론이고 남측 진보정치운동의 진보담론이다. 또한 한미동맹해체는 한국진보연대를 중심으로 결집한 민주노조운동을 비롯한 진보적 대중운동의 전략목표이기도 하다. 달리 표현하면, 권영길의 한미동맹해체론은 진보정치운동과 진보적 대중운동의 정치적 요구를 대선국면을 통하여 선거공약형태의 진보담론으로 공개된 것이다. 권영길이 한미동맹해체공약을 제시하기 이전부터, 진보정치운동과 진보적 대중운동은 한미동맹해체론을 진보담론으로 제기하고 한미동맹해체를 전략목표로 설정하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남측에서 진보정치운동과 진보적 대중운동이 제기한 한미동맹해체론이 대선공약으로 등장한 것은, 워싱턴과 서울의 한미동맹강화론자들을 자극하였을 것이다. 자극을 받은 그들이 한미동맹강화론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앞으로 진보정치운동과 진보적 대중운동이 장성할수록 한미동맹해체론은 더욱 힘을 받을 것이며, 그에 따라 한미동맹해체론은 한미동맹강화론과의 정면대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2007년 12월 19일에 실시한 대선에서 한미동맹해체를 선거공약으로 제기한 권영길은 3%의 낮은 득표율을 얻어 패하였고, 한미동맹강화를 선거공약으로 제기한 이명박은 48.7%의 높은 득표율을 얻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선거결과에 국한한다면, 한미동맹해체론은 졌고 한미동맹강화론은 이긴 것이다.

물론 2007년 대선의 쟁점이 한미동맹문제에 집중된 것은 아니었으므로, 한미동맹해체론 지지세가 3%밖에 되지 않고 한미동맹강화론 지지세가 48.7%나 된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한미동맹해체론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매우 약한 것은 분명하다.

남측 일간지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하여 2007년 12월 26일에 남측 전역의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는 한미동맹관계에 대한 여론동향을 아래와 같이 보여주었다. 한미동맹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43.7%, 현재 기조로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27.5%, 더 자주적으로 미국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23.9%로 나타났다. 2007년 6월에 같은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는 한미동맹강화 12.8%, 우호관계유지 55.3%, 미국 중심 외교 탈피 22.9%로 나타난 바 있다. (한국일보 2007년 12월 31일)

위의 조사결과를 보면, 한미동맹을 비판적으로 보는 여론은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한미동맹현상유지론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한미동맹강화론으로 많이 옮겨갔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대선정국에서 이명박의 한미동맹강화론이 여론파급력을 발휘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 남측의 사회여론에서 한미동맹찬성론은 70%정도 차지하는데 비해, 한미동맹비판론은 23%정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3. 괴리현상을 넘어서 23%로 다가서는 길

관심을 끄는 것은, 진보정치운동과 진보적 대중운동이 제기한 한미동맹해체론과 일반대중이 생각하는 한미동맹비판론 사이에서 나타나는 괴리현상이다. 그 괴리현상은 한미동맹비판론에 대한 지지세가 진보정치운동과 진보적 대중운동의 한미동맹해체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에 관련하여 두 측면을 논할 필요가 있다.

1) 진보정치운동과 진보적 대중운동에게는 한미동맹을 해체하는 문제가 중요한 정치과제이지만, 일반대중에게는 한미동맹이 일차적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2) 한미동맹비판론을 찬성한다고 해서 한미동맹해체론까지 찬성한다고는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위의 여론조사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한미동맹에 대해서 비판적이면서도 그것을 해체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는 대중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23%정도에 이르는 한미동맹비판론은 진보정치운동과 진보적 대중운동에게 매우 중요하다. 만일 한미동맹해체론을 제기한 진보정치운동과 진보적 대중운동이 한미동맹비판론에 기울어진 대중에게서 지지를 받지 내지 못하면, 한미동맹해체론은 소수여론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러하다. 진보정치운동과 진보적 대중운동은 한미동맹비판론에 기울어진 대중에게서 한미동맹해체론에 대한 지지를 어떻게 해서든지 반드시 이끌어 내야하며, 그렇게 해야 진보담론이나 선거공약을 내놓는 현재 수준에서 벗어나서 실제로 한미동맹해체전략을 수행할 수 있다.

문제는 진보정치운동과 진보적 대중운동이 한미동맹비판론에 기울어진 대중에게서 한미동맹해체론에 대한 지지를 과연 어떻게 이끌어 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진보정치운동과 진보적 대중운동은 한미동맹비판론에 기울어진 대중에게서 한미동맹해체론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먼저 그들의 일차적 관심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것에 적극적으로 접근, 호응할 필요가 있다.

현 시기 대중의 일차적 관심은, 2007년 12월 대선정국에서 뚜렷이 드러난 것처럼, 경제회생에 집중되어 있다. 경제회생이란 파탄위험에 빠진 민생경제를 되살린다는 뜻이다.

민생경제파탄이 몰고 오는 고통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날로 가중되고 있다. 통계자료가 그러한 현실을 입증한다. 일본 일간지 '요미우리신붕'과 영국 텔레비전 방송 비비씨(BBC)가 34개 나라의 주민들 3만4천528명을 상대로 진행한 공동조사결과에 따르면, 남(한국)사회에서 느끼는 경제적 격차에 대한 불만은 86%로 나타났다. 이것은 34개 나라의 평균불만비율 64%를 훨씬 뛰어넘은 가장 높은 비율이다. (연합뉴스 2008년 2월 9일) 현실에서 드러난 것처럼, 해고대란, 고용감축, 비정규직 확산, 물가상승, 농업말살이 민생경제를 파탄시키는 요인들이다.

이명박이 2007년 대선에서 득표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747공약'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한 민생경제회생공약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는 대중의 일차적 관심에 맞아떨어지는 선거공약을 제시하여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음을 간파하였다. 이명박의 '747공약'은 7%의 경제성장과 4만 달러의 국민소득을 달성하여 세계7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서겠다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약속한 것이다.

물론 이명박의 '747공약'은 진보정치운동과 진보적 대중운동의 시야에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사기공약처럼 보였지만, 그 공약이 이명박 자신의 입지전적인 '경영인 성공신화'와 결합되면서 놀라울 만큼 거센 득표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747공약'은 사기공약에 지나지 않았다. 2007년 12월 11일 이명박이 발표한 '민생경제 살리기 10대 과제'에는 45개 선거공약이 들어갔는데, 2008년 2월 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이명박 정부 국정과제'에는 20개로 줄어든 민생경제회생공약만 올라있다. 그 20개 공약들마저도 정책화가 불가능해 보일 만큼 선언적 의미가 강한 것들이다. (한겨레 2008년 2월 10일)

이명박은 '747공약'으로 유권자들을 현혹하였으나, 권영길의 선거운동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성공신화'도 경제회생공약도 호소력 있게 제시하지 못하였다.

진보정치운동을 정치기술로 환원할 수는 없지만, 진보정치운동이 적대세력과 맞서려면 적대세력의 정치기술을 능가하는 독창적인 정치기술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은 진보정치운동의 발전공식이다. 진보정치운동의 핵인 민주노동당은 원래 이명박 식의 기만적인 '성공신화'와는 인연이 없지만, 그러한 '성공신화'에 맞설 수 있는 정치활동성과를 대중에게 내놓고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진보정치운동의 정치기술은 그러한 과정에서 발휘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대중에게 내놓고 평가를 받을 정치활동성과가 민생경제회생에 직결된 성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민생경제회생에 직결된 정치활동성과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고통을 주는 해고대란, 고용감축, 비정규직 확산, 물가상승, 농업말살의 반대쪽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한미자유무역협정 반대와 비정규직 철폐로 압축되는 양대 현안은, 이미 널리 알려진 것처럼, 진보정치운동과 진보적 대중운동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한미동맹을 강화하여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이윤수탈을 극대화할 것이므로, 한미동맹강화야말로 비정규직 확산과 농업말살로 나타나는 민생경제파탄의 결정적 요인이라는 점을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설득력 있게 전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한미동맹이 민생파탄동맹이라는 사실을 전면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과 전농, 그리고 모든 진보적 사회단체들이 민생경제회생을 위한 정치활동에서 성과를 내올 수 있는 정치기술은, 한미자유무역협정 반대와 비정규직 철폐에 직결된 정치기술이다. 또한 그것은 한미자유무역협정을 폐기하고 비정규직을 철폐한 이후의 민생경제발전대안까지 제시하는 수준 높은 정치기술이다. 현 시기 진보담론은 진보적 민생경제담론으로 되어야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한 호소력을 발휘할 것이다. 진보정치운동과 진보적 대중운동은 진보적 민생경제담론을 서둘러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해체론이 진보적 민생경제담론을 제시하는 정치기술과 만나지 못하면 대중적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없으며, 한미동맹해체론과 한미동맹비파론의 괴리현상을 넘어설 수 없다.

4. 자주의식화현상을 제거하는 실용주의사상주입

지금 남(한국)사회에서는 한미동맹을 정상적인 관계로 보는 낡고 그릇된 관념이 지배적이지만, 그것은 친미주의선전선동이 일으킨 정치적 착각이지 이성적 판단에 따른 과학적 인식은 아니다.

일본제국주의세력이 식민지 조선에 세웠던 구식민주의체제는, 식민집단을 이주시켜 조선을 지배하고 조선에서 각종 자원을 약탈하는 체제이었다. 원래 식민이라는 한자말의 뜻이 그러하다. 그와 다르게, 오늘의 신식민주의체제는 미국이 식민집단을 남(한국)에 이주시키는 것이 아니라, 남(한국)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식민주의사상을 주입시켜 제국주의적 지배와 수탈에 순응하게 만드는 체제이다. 사상을 지배한다는 점에서, 신식민주의는 구식민주의보다 더 교활하다.

식민주의사상이란 지배자이며 수탈자인 제국주의 미국을 혈맹, 은인, 해방자, 보호자, 원조자, 초강대국, 최선진국, 축복 받은 나라 등으로 우러르며 공경하게 만들고,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약소국, 후진국, 수혜국, 개발도상국은 '위대한 미국'을 의지하고 따라가야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다는 식의 대미추종의식에 사로잡히게 하는 반동사상이다.

식민주의사상은 미국이 직접 나서서 신식민주의체제의 구성원들에게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요구에 맹종하는 대리집행자가 주입하게 한다. 지금 이 땅에서 식민주의사상을 주입하는 대리집행자로 등장한 것이 이명박 정권이다.

물론 이명박 정권이 식민주의사상을 주입하는 대리집행임무를 처음으로 맡아 나선 것은 아니다. 식민주의사상주입은 1948년 8월에 세워진 리승만 정권부터 시작되어 오늘에 이른 것으로서, 그 뿌리가 매우 깊다.

식민주의사상의 뿌리가 드러나 보이는 곳 가운데서 특히 주목하는 곳은 지식과 정보를 다루는 언론매체이다. 식민주의사상은 지식과 정보의 중요한 공급원으로서 확고한 지위를 차지한 언론매체를 통해서 대량주입되고 있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정보화시대에 들어와서 그러한 경향은 더욱 강해졌다.

남(한국)의 언론정보학 교수들이 서로 다른 정치성향을 대표하는 일간지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보도비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관련기사 34.6%, 아시아 관련기사 30.7%, 유럽과 러시아 관련기사 20.5%, 중동 관련기사 4.8%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와 다르게, 일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같은 아시아 나라들의 언론보도에서 아시아 관련기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53%, 50%, 40%로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연합뉴스 2007년 11월 27일) 언론보도비율에서 미국 관련기사가 다른 나라들 관련기사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이상현상은, 남(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이 주체적 시각을 접어두고 미국의 시각에 의존해서 세계를 인식함으로써 편향되고 왜곡된 정보를 얻고 있음을 말해준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일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정상적인 반면에 남(한국)은 비정상인 것이다.

언론매체를 통해 식민주의사상이 대량주입되는 사태가 오늘 남(한국)사회에 가져온 결과는, 60년이 넘도록 미국에게 제국주의적 지배와 수탈을 당해오는 남(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이 신식민주의체제에 저항하지 않고 순응하도록 길들여진 것이다.

정신병리학의 표현을 빌리면, 60여 년 동안 끊임없이 주입되어온 식민주의사상이 사회구성원들의 무의식층에까지 파고 들어갔고, 그에 따라 사람의 두뇌에서 이성작용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배측면 전두엽피질이 한미관계의 모순인식과정에서 작동하지 않고 마비증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에머리대학 임상심리학 연구진이 2006년 1월 24일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정치적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의 두뇌활동을 관찰하였더니 이성을 관장하는 두뇌부위의 회로가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대신, 감정을 관장하는 두뇌부위의 회로만 활발하게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다. 신식민주의사상을 주입 받은 사람이 한미관계에서 일어나는 제국주의적 지배와 수탈을 감정적으로, 일관되게 부인하는 것은 정신병리학적으로도 입증되는 일종의 정신장애이다. 지난 몇 해 사이에 언론에 보도된 신식민주의정신장애의 몇 가지 단면을 추려내면 아래와 같다.

1) 국가보훈처는 1989년부터 해마다 연말을 앞두고 지역별, 기관별로 공무원들의 11월분 정기급여에서 0.4% 또는 0,5%씩 공제해 주한미국군과 군속 전원에게 선물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 2002년 12월 29일)

2) 2004년 10월 1일 계룡대에서 열린 국군의 날 행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주한미8군에게 부대표창을 수여하였다. 주한미국군 부대에게 대통령 표창을 수여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처음으로 행한 것이다.

3) 2004년 12월 22일 열린우리당 의원 10여 명은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주한미국군 제2사단 본부를 '위로방문'하였다. 주한미국군 제2사단은 2002년 6월 중학생 신효순, 심미선 양을 장갑차로 깔아 죽인 미군병사들이 소속된 부대이다. 열린우리당 의장(당시) 이부영은 주한미국군사령관(당시) 리언 라포트와 주한미국군 제2사단장 조지 히긴스(당시)를 비롯한 주한미국군사령부 지휘관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미동맹 덕분에 한반도에서 오랜 세월 평화안정이 유지되고 한국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꽃 필 수 있게 됐다. 21세기에도 한미동맹, 한미우호관계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위원장 유재건은 "지난 여름부터 미군과 대화의 시간을 가지려 했으나 다섯 차례나 연기된 끝에 겨우 만나게 됐다. 앞으로 일년에 네 차례 정도 만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라포트와 히긴스는 '위로방문'을 해준 국회의원들에게 북미원주민의 사냥도끼 토마호크를 하나씩 선물로 주었다. (오마이뉴스 2004년 12월 23일)

4) 2004년 12월 23일 외교통상부장관(당시) 반기문은 외교부 북미국장, 북미3과장 등과 함께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주한미국군 야전기지 캠프 클라우드를 찾아갔다. 그는 "한국민을 대신해 최전선에서 임무를 수행중인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기 위해 왔다. 이 지역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휴가시즌에도 가족과 친구 없이 보내고 있지만 우리 국민의 감사의 마음이 그 자리를 대신해주기 바란다. 그들(코리아전쟁에서 전사한 미국군 병사들)의 희생은 한국이 폐허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번영하는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4년 12월 23일)

5) 2005년 9월 29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여야의원들은 '워싱턴 DC 한국전쟁 기념탑 참배'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워싱턴 시내에 있는 코리아전쟁 기념탑을 찾아가서 묵념하였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박계동은 "지금 우리는 한미우호관계를 강화하고 정서가 통하는 이른바 진정성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 국회가 그런 뜻을 전달하는 마음의 증표"라고 말했고, 열린우리당(당시) 국회의원 최성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단 하나 밖에 없는 숭고한 목숨을 바친 한국전 참전용사들 묘비 앞에서 새로운 한미 우호협력관계와 미래를 설계하는 계기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5년 9월 30일)

6) 2006년 9월 20일 전시작전통제권 반환논의를 중단해줄 것을 간청하려고 워싱턴에 나타난 한나라당 방미단 단장인 국회부의장 이상득(이명박의 친형)은 미국 국방부 현직 고위관리들이 만나주지 않자,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가 옛날에 중국에 죽지 않으려고 조공도 바치고 책봉도 받아가면서 살아남지 않았느냐? (미국측 인사들이 만나기) 귀찮다고 해도 국익에 필요하면 귀찮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2006년 9월 22일)

7) 2007년 4월 21일 선진화국민회의, 뉴라이트전국연합, 재향군인회를 비롯한 150여 개 수구우파단체 회원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는 신식민주의사상을 주입 받은 정신장애가 얼마나 광적인지를 드러내주었다. 그 집회에 연사로 나선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최해일은 "미국 때문에 일제의 사슬에서 풀려날 수 있었고, 미국 때문에 6.25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고, 미국 때문에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고, 미국 때문에 북괴의 만행을 저지할 수 있었던 이 나라 이 민족이 배은망덕한 일을 저질렀다"고 울먹였다. (민중의 소리 2007년 4월 21일)

한미동맹을 이전보다 더 강화하려는 이명박 정권은 이미 60년 이상 계속되어오는 신식민주의예속화를 극단적으로 밀고 나가려는 정책의지를 품고 있다. 신식민주의예속화는 정치, 군사, 경제, 문화를 비롯한 모든 부문에서 진행되는데, 이명박 정권은 여러 부문들 가운데서도 사상부문을 신식민주의예속화의 추진통로로 선택하였다. 만일 사상부문에서 한미동맹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진보담론이 지배적으로 될 경우, 신식민주의체제가 위협을 받을 수 있음을 간파하였기에 그러한 정치적 선택을 하였을 것이다.

신식민주의체제에 대해서 무저항적이고 순응적인 남(한국)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이명박 정권이 새삼스럽게 식민주의사상을 더 집중적으로 주입하려는 목적은, 요즈음 남(한국)사회 곳곳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는 자주의식화현상을 예방적으로 제거하기 위함이다. 이명박 정권의 노림수는 예방효과이다.

진보정치운동과 진보적 대중운동이 추진하는 반미자주화운동과 달리, 자연발생적인 자주의식화는 한미동맹해체론이 아니라 한미동맹비판론을 제기하는 사회현상이다. 그러한 사회현상은 한미동맹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으면서도, 한미동맹을 자주적이고 대등하게 바꾸는 관계변화를 요구한다. 위에서 이미 밝혀진 것처럼, 남(한국)사회의 구성원들 가운데 23%정도가 자연발생적인 자주의식화현상에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중요한 것은, 그들이 진보정치운동과 진보적 대중운동이 전개하는 반미자주화운동과 연대할 가능성이 있으며, 진보정치운동과 진보적 대중운동이 그들을 반미자주화운동으로 견인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논하면, 한미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고 자본시장통합법이 발효되는 것과 더불어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이윤수탈과 신식민주의기생자본의 고강도 착취가 겹쳐지면서 민생경제가 완전히 파탄되는 경우, 반미자주화운동과 자연발생적 자주의식화현상이 더 많은 탄력을 받으면서 퍼져나가 대세를 이룰 것이다. 양자의 상호연대가능성은 바로 그러한 흐름 속에서 무르익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그러한 가능성을 사전에 말살하기 위해 반미자주화운동을 탄압하는 한편, 23%에 이르는 자연발생적 자주의식화현상이 확산되기 전에 서둘러 제거하고 싶은 정치적 유혹을 느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생각하는 가장 효과적인 제거방도는 식민주의사상주입을 전면화하는 것이다. 역대정권들과 달리, 이명박 정권이 자기 주제에 어울리지 않게 '경험적 실용주의'를 들먹이면서 사상문제를 들고 나온 까닭이 거기에 있다.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려는 식민주의사상주입은 미국의 지배사상인 실용주의사상을 주입하여 자연발생적 자주의식화현상을 제거하는 것이다. 실용주의사상주입, 바로 이것이 이명박 정권이 한미동맹강화론을 내걸고 추진하려는 예속심화정책의 핵이다.

5. 1948년에 멈춰선 신식민주의 역사의 시계바늘

실용주의사상을 주입하는 가장 확실한 통로는 공교육(public education)이다. 공교육을 통하여 실용주의사상을 주입하는 방도는, 공교육 교과과정에 실용주의사상교양을 별도로 배정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말할 수는 없으므로, 영어공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1997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시작해왔지만, '영어후진국'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으니 이제부터는 '영어몰입교육'을 밀고 나가야 한다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주장이 나온 배경이 그것이다.

세계관이 아직 형성되기 이전의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영어를 통하여 세계를 인식하게 만들고, 영어로 사물을 생각하게 만들고, 영어로 자기의 의사와 감정을 표현하게 만드는 것이 영어공교육을 강화하는 근본목적이다. 이명박 정권은 그렇게 하여야 미국의 지배사상인 실용주의사상을 전사회적으로 확산, 주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영어공교육강화정책은 전형적인 신식민주의교육정책이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남(한국)사회는 미국에서 유학하고 영어를 잘 하고 미국식 사고방식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친미주의자들이 자본과 권력을 장악한 사회이다. 장관직, 대기업 최고경영직, 대학총장직과 교수직, 언론사 경영직 등 남(한국)사회를 움직이는 핵심지위는 미국에 유학한 친미주의자들이 거의 모두 차지하였다. 요즈음에는 남(한국)군부 상층에서도 영어교육바람이 불고 있다.

친미주의자들의 '성공신화'가 판을 치는 사회에서 영어를 못하면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영어사교육이 극도로 과열될 수밖에 없다. 영어사교육이 극도로 과열되었다는 사실은 국내외 언론보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영어조기교육열풍이 유난히 뜨거운 서울의 부유층 사회에서는 어린 자녀가 영어발음을 잘 할 수 있도록 혓바닥 아랫부분을 절개하는 수술까지 한다고 한다. 의학전문용어로 설소대 절제술이라 하는 그 수술은 혀가 길게 나오게 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아이들에게 영어발음을 위한 혀밑절개수술을 하지 못하게 하려고 교육영화를 제작하였다. (연합뉴스 2004년 1월 1일)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명박 정권이 영어공교육을 강화하면, 실용주의사상이 영어사용을 통하여 일상생활까지 급속도로 침투하게 될 것이다. 2007년 10월 8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화 속에서 우리 학문의 중심잡기' 학술대회에서 개회사에 나선 국립국어원장 이상규는 "영어가 세포분열을 하듯 우리의 말과 글을 포식하고 있다. 영어의 세계화 국면은 60년 전 일제의 언어식민지화보다 훨씬 내면적으로 정교하교 폭압적이다. 언어학자들은 언어식민지화에 대해 한번쯤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7년 10월 8일)

영어공교육을 강화하려는 이명박 정권은 60년 전에 영어공용화를 시행하였던 미군정의 식민주의정책으로 퇴행하면서도 세계화와 선진화를 말하고 있다. 미군정은 식민주의정책의 일환으로 영어공용화를 시행하면서도 영어공교육을 추진하지는 않았으나, 이명박 정권의 한미동맹강화론은 영어공교육을 강화하면서 실용주의사상주입을 추진한다. 다른 나라의 수구우파정권은 대개 우파민족주의에 기울어져 있는데 반하여, 특이하게도 남(한국) 수구우파정권은 반역사적 친미주의에 몰입하였다. 신식민주의 역사의 시계바늘은 미군정이 맞춰놓은 1948년에 그대로 멈춰있다. (2008년 2월 12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