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헌법은 연방공화국의 민주헌법이다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통일헌법 제정의 기초와 3대 정치노선
2. 통일헌법의 주요구성부분
     2-1) 연방공화국의 법통계승문제
     2-2) 연방공화국의 형태와 성격
     2-3) 연방공화국의 국가주권문제와 인민주권문제
     2-4) 연방헌법과 지역자치법의 관계문제

1. 통일헌법 제정의 기초와 3대 정치노선

일반적으로, 헌법제정이란 정부수립과정에서 진행되는 최고의 정치활동이다. 헌법제정은 국가형태, 사회성격, 국가기구에 관한 최고법을 성문화하는 작업이므로 최고 수준의 정치활동으로 된다.

다른 나라의 헌법과 달리, 우리나라의 통일헌법은 통일공화국(reunified republic)의 헌법이다. 따라서 통일헌법은 통일공화국의 형태, 통일공화국 안에 공존하는 남북의 사회성격과 상관관계, 통일공화국 정부의 지위와 역할 등을 성문화한 특수헌법이다.

통일헌법은 통일공화국 정부를 세우는 과정에서 구성될 통일공화국 의회가 제정하는 통일공화국 헌법이다. 통일공화국 의회는 통일공화국 헌법을 제정하는 제헌의회로 출발하여, 통일공화국의 최고입법기관인 연방의회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통일공화국 헌법을 제정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담당자는 통일공화국 제헌의회이다.

문제는 남북이 통일공화국 제헌의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부수립과정에서 제헌의회는 총선거에 의해서 구성되지만, 특수적으로 통일정부 수립과정에서 제헌의회는 남북총선거에 의해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남북정치협상을 진행해온 상설기구인 남북정치기구에 의해서 구성될 것이다.

통일공화국 제헌의회가 남북총선거에 의해서 구성될 수 없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반적으로, 총선거는 인구비율에 따라서 의회 총의석수를 배정한다. 그런데 남측 인구가 북측 인구에 비해 약 두 배나 많은 조건에서, 인구비율에 따른 남북총선거를 실시하는 경우 남측 의원들이 북측 의원들에 비해 통일공화국 제헌의회의 의석수를 두 배나 더 많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통일공화국 제헌의회 구성방식이 연방제 구성원리에 어긋나게 된다. 연방제 구성원리는 남북이 대등한 정치적 실체로 통일공화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통일정부 수립과정에서 연방제 구성원리에 어긋나게 제헌의회를 구성할 가능성은 없다.

둘째, 현존하는 국회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합하여 통일공화국 제헌의회를 구성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이 방법도 연방제 구성원리에 어긋난 것으로 보인다. 연방제 구성원리에 따르면, 통일공화국 정부를 세우는 과정에서 남측의 국회는 자진해산하여 남측의 지방의회로, 북측의 최고인민회의도 자진해산하여 북측의 지방의회로 각각 전환되는 것이지, 그 두 입법기관을 하나로 통합하여 새로운 최고입법기관을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

통일공화국 정부를 세우는 과정에서 제헌의회를 구성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도는, 남북정치기구가 제헌의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남북정치기구가 통일공화국 제헌의회를 구성한다는 말은, 선거를 실시하지 않고 남북정치기구가 자의적으로 제헌의회 의원을 임명한다는 뜻이 아니다.

연방제 구성원리에 따라 통일공화국 헌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남북정치기구와 지역정부의 역할, 남북총선거 실시와 제헌의회 구성의 관계, 통일공화국 임시헌법을 통일공화국 헌법으로 발전시키는 과정 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밑그림이 그려진다.

통일회담에서 정치적으로 합의하여 남북정치기구를 설립한다→남북정치기구는 통일헌법제정위원회를 구성한다→통일헌법제정위원회는 통일공화국 임시헌법을 제정한다→남북정부는 각기 자기 지역에서 임시헌법에 따라 통일공화국 제헌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지역선거를 실시한다→선거로 구성된 제헌의회가 통일공화국 헌법을 제정한다→제헌의회는 연방의회로 전환된다→통일공화국 연방의회는 통일공화국 연방대통령을 선출한다→통일공화국 연방대통령은 통일공화국 연방정부를 세운다.  

통일공화국 헌법은 통일공화국 연방정부수립의 기본원칙, 통일공화국 연방정부의 국정원칙, 그리고 통일공화국 국민(공민)의 기본권과 기본의무를 규정하는 통일공화국의 연방헌법(federal constitution)이다. 통일공화국 연방헌법에는 연방의 국가통합력을 유지하고, 연방의 공동방위력을 유지하고, 연방의 국가대표성을 유지하고, 연방의 지역특수성을 존중하는 기본원칙이 전면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연방제 구성원리에 따라 통일공화국 연방헌법을 제정하는 기초는 남북정치기구에서 합의하여 마련될 것이다. 남북정치기구에서 합의하는 통일공화국 연방헌법 제정의 기초는 남북관계의 정치강령인 통일강령(reunification program)이다. 오로지 통일강령만이 통일공화국 연방헌법을 제정하는 기초로 된다.

남북관계의 정치강령인 통일강령을 남북이 정치적으로 합의한 문서가 6.15 공동선언이다. 나라를 통일하는 과정에서 6.15 공동선언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까닭은, 그것이 통일강령을 담은 역사적인 문서이기 때문이다.

6.15 공동선언이 통일공화국 연방헌법을 제정하는 강령적 기초를 마련하였다는 말은, 그 선언이 천명한 통일강령이 통일공화국 연방헌법의 기본원칙을 규정한다는 뜻이다. 물론 6.15 공동선언에 들어있는 통일강령은 통일공화국 연방헌법을 제정하는 기본원칙을 밝혀준 것이므로, 앞으로 남북관계가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는 가운데 남북 최고위급 통일회담이 열리면, 6.15 공동선언보다 더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통일강령을 담은 공동선언이 나올 수 있다. 이를테면, 연방제 통일방안을 명시적으로 합의하는 통일강령을 담은 새로운 공동선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6.15 공동선언이 천명한 통일강령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남북관계에서 정치적으로 연합하고, 대외관계에서 자주적으로 대응하는 진보적인 정치강령이다. 6.15 공동선언에 천명된 통일강령은 3대 정치노선으로 표현된다. 3대 정치노선이란 단합정치노선, 자주정치노선, 진보정치노선이다. 3대 정치노선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힌 6.15 공동선언 제1항에 담겨있다. 3대 정치노선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첫째, 6.15 공동선언을 채택한 것 자체가 남북관계에서 정치적 대립을 뛰어넘어 정치적 단합을 실현한 것이므로, 그 선언이 민족적 분열을 극복하고 민족적 단결로 나아가는 단합정치노선을 추구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이 명백하다. 단합정치노선이란, 6.15 공동선언의 표현을 빌리면, “나라의 통일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해결해 나가는” 정치노선이다.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치는’ 단합정치가 통일강령의 핵이다.

남북이 6.15 공동선언에 천명된 통일강령의 단합정치노선에 따라 전민족적 연방정치(pan-national federal politics)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통일공화국 헌법은 가장 높은 수준의 연방헌법으로 된다.

남측의 현행헌법은 국가성격을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공화국”으로 규정하였고, 북측의 현행헌법은 국가성격을 “전체 조선인민의 리익을 대표하는 자주적인 사회주의국가”로 규정하였다. 민주공화국의 성격과 사회주의국가의 성격을 단합정치노선에 따라 동등하게 상호결합시킨다는 점에서, 통일공화국 헌법은 가장 높은 수준의 연방헌법으로 된다. 다시 말해서, 통일공화국 헌법은 남측의 민주주의헌법과 북측의 사회주의헌법을 단합정치노선에 따라 결합함으로써 성립되는 것이다.

둘째, 6.15 공동선언에서 밝힌 자주정치노선은, 그 선언을 계승한 10.4 선언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 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정치노선이다.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이란, 7.4 남북공동선언에 나오는 표현을 빌리면, “통일은 외세에 의존하거나 외세의 간섭을 받음이 없이 자주적으로 해결”한다는 뜻이다.

한(조선)반도의 통일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외세란 구체적으로 미국과 일본을 뜻한다. 7.4 남북공동성명, 6.15 공동선언, 10.4 선언에 일관되어 있는 자주정치노선에 따르면, 남측 정부는 통일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나 일본 정부에 의존하지 말아야 하고, 미국 정부와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의 통일문제에 간섭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는 자기들에게 기생하는 친미파 정치세력을 앞세우고, 일본 정부는 자기들에게 기생하는 친일파 정치세력을 앞세워서 우리나라의 통일문제에 간섭해왔다. 통일문제에 대한 외세의 간섭이란 분단체제를 영구적으로 유지하려는 정책을 수행하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미일 두 나라 정부가 한(조선)반도의 통일을 반대하는 것은, 그 이상의 설명을 요구하지 않을 만큼 명백한 사실이며, 한(조선)반도에서 60년이 넘도록 분단체제를 유지해온 결정적인 요인이 그 두 정부가 한(조선)반도의 통일을 반대하는 정책을 수행해온 데 있다는 것도 그 이상의 설명을 요구하지 않을 만큼 명백한 사실이다.

6.15 공동선언에 천명된 통일강령의 자주정치노선이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을 천명한 것은, 통일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남측과 미국의 ‘동맹관계’도 부정하고 남측과 일본의 ‘협력관계’도 부정한 것이다. 통일강령의 자주정치노선은 통일공화국 연방헌법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이나 ‘한일관계에 관한 기본조약’과 절대로 양립할 수 없음을 밝혀주고 있다. 이것은 통일공화국 연방헌법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위의 두 조약이 불가피하게 폐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위의 두 조약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폐지할 것인가 하는 정치적 결정은, 통일공화국 연방정부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두 조약을 체결한 당사자의 법적 의무를 계승한 남측 정부가 내리는 것이다. 이것은 남측 정부가 자주정치노선에 대해서 어떠한 태도를 갖는가 하는 문제에 직결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6.15 공동성명에 천명된 통일강령은 남측 정부에게 자주정치노선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거부할 것인가를 선택할 것을 요구한다.

셋째, ‘한미동맹’과 ‘한일협력관계’를 거부하는 자주정치노선은 모든 형태의 제국주의, 패권주의, 식민주의를 반대한다는 점에서 진보정치노선으로 된다. 반제국주의, 반패권주의, 반식민주의를 천명한 통일강령은 진보정치강령과 일치하는 것이므로, 자주정치노선은 곧 진보정치노선으로 된다.

6.15 공동선언에 천명된 통일강령의 자주정치노선과 진보정치노선에 따라 자주적이고 진보적인 연방정치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통일공화국 연방헌법은 가장 높은 수준의 민주헌법(democratic constitution)으로 된다.

가장 높은 수준의 민주헌법이란 낮은 수준의 민주헌법과 구분되는 개념이다. 낮은 수준의 민주헌법이 일반민주주의(general democracy)를 성문화한 헌법이라면, 가장 높은 수준의 민주헌법은 남측에서 진보적 정권교체로 실현할 진보적 민주주의(progressive democracy)의 성과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공고화하면서, 동시에 북측에서 실현한 자주적 사회주의 건설의 성과를 성문화한 연방헌법이다. 진보적 민주주의와 자주적 사회주의를 연방제 구성원리에 따라 성문화하였다는 점에서, 연방공화국 헌법은 가장 높은 수준의 민주헌법으로 된다. 통일공화국 연방헌법은 자주적이고 진보적인 연방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민주헌법이다.

2. 통일헌법의 주요구성부분

2-1) 연방공화국의 법통계승문제

새로운 나라를 세울 때, 그 나라가 역사적 법통을 계승하여 세워졌다는 사실을 헌법에 밝히는 것은 헌법을 제정하는 하나의 공식으로 되어 있다. 나라가 계승한 법통은 나라를 일으켜 세운 뿌리이다. 한(조선)반도에 세워질 통일공화국의 헌법도 법통계승문제를 비켜갈 수 없다.

통일공화국의 법통계승문제를 논하기 위해서, 우선 남북의 현행헌법에서 밝히고 있는 법통계승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남측의 현행헌법은 법통계승문제를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 민주공화국”으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남측 정부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였다는 법통계승론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친일파 민족반역자 청산 실패, 친일파 집권, 이승만의 제헌의회 발언,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김구 살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들의 월북과 재북평화통일촉진협의회 결성,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 망각 등이 남측의 법통계승론을 사실상 부정하기 때문이다.

한편, 북측의 현행헌법은 법통계승문제를 “제국주의침략자들을 반대하며 조국의 광복과 인민의 자유와 행복을 실현하기 위한 영광스러운 혁명투쟁에서 이룩한 빛나는 전통을 이어받은 혁명적인 국가”로 규정하였다. 김일성 주석이 이끌었던 항일혁명투쟁의 전통을 계승하였다는 것이다.

남북 양측의 현행헌법이 각기 규정한 서로 다른 법통계승론을 비교하면, 양자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공통성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통일공화국이 계승하여야 할 법통은 남북이 공유하는 역사적 공통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통일공화국은 연방공화국이므로, 법통계승의 역사는 연방제 구성원리에 따라 밝혀져야 마땅하다. 통일공화국이 세워진 뒤에 남북이 공유하는 역사적 공통성은, 한(조선)민족이 분단시기에 전개한 조국통일운동사이다. 만일 한(조선)민족에게 조국통일운동사가 없다면 통일공화국을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명백하게도, 한(조선)반도에 세워질 통일공화국은 한(조선)민족이 피땀을 흘려 전개한 조국통일운동의 역사적 산물이다. 조국통일운동의 주체세력이 통일공화국의 건국주체로 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조국통일운동사는 분단시대를 지나온 남북이 공유하는 유일한 역사이며, 통일공화국이 마땅히 계승해야 할 법통이다. 통일공화국 연방헌법은, 통일공화국이 조국통일운동의 법통을 계승하였음을 성문화할 것이다.

2-2) 연방공화국의 형태와 성격

통일헌법은 통일공화국의 형태와 성격을 성문화하게 될 것이다. 통일공화국의 국가형태는 공화국이다. 통일공화국이 공화제를 시행하는 국가형태를 갖게 될 것이므로, 통일헌법은 통일공화국 연방의회를 구성하고 통일공화국 연방대통령을 선출하는 공화제를 시행하는 법적 기초로 될 것이다.

연방제 구성원리에 따라 건설될 통일공화국은 사회주의공화국도 아니고 부르주아공화국도 아니다. 따라서 통일공화국의 연방헌법도 사회주의헌법이나 부르주아헌법으로 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그렇다면 통일공화국 연방헌법은 통일공화국의 사회성격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 것인가? 통일공화국에는 연방제 구성원리에 따라 두 종류의 서로 다른 사회체제가 공존하게 된다. 그런데 만일 두 종류의 서로 다른 사회체제가 적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면, 통일공화국 안에서 그러한 사회체제들은 공존할 수 없을 것이다. 통일공화국은 적대관계에 놓여있는 두 사회체제 위에 건설될 수 없다.

현재 한(조선)반도에서 적대관계에 놓여있는 두 사회체제가 적대관계에서 벗어나려면, 남측의 자본주의시장경제(capitalist market economy)는 민주주의혼합경제(democratic mixed economy)로 발전되어야 하며, 북측의 사회주의계획경제(socialist planned economy)는 민주주의혼합경제에 대한 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혼합경제는 혼합시장경제(mixed market economy)와 다르다. 혼합경제 또는 이중경제라 부르는 혼합시장경제는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하여 계획경제의 장점을 혼합한 경제체제이다. 혼합시장경제에서 계획경제의 요소는 시장경제를 보완해주는 기능밖에 할 수 없다. 그와 다르게, 민주주의혼합경제는 중요산업 국유화강령과 중소기업 민주화강령을 혼합한 경제체제이다. 민주주의혼합경제에서는 중요산업의 계획경제요소와 민주적으로 통제되는 중소산업의 시장경제요소가 혼합된다.

남북의 서로 다른 정치체제는 통일공화국에서 병렬적으로 공존하는 것이 아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통일공화국을 건설하는 과정에서부터 남북의 서로 다른 정치체제는 특수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통일공화국 연방헌법은 남북의 서로 다른 정치체제가 통일공화국 안에서 특수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을 성문화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남북의 정치체제가 통일공화국 안에서 형성한 특수관계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그것은 남북이 정치적으로 합의하는 민족공동의 정치이념에 의해서 형성한 정치적 특수관계를 말한다.

분단체제에서 형성된 남북관계가 갈등과 대립의 특수관계였다면, 장차 통일공화국에서 형성될 남북관계는 공존과 공영의 특수관계로 될 것이다. 공존과 공영의 특수관계는 민족공동의 정치이념에 의해서 형성되는 특수관계이다. 그러므로 문제의 촛점은, 통일공화국 안에서 공존과 공영의 특수관계를 형성시킬 민족공동의 정치이념을 찾아내는 것이다.

남북이 정치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통일공화국의 정치이념은 민주주의이다. 원래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민주정치라는 개념과 동의어이다.

민주정치는 사회계급관계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므로, 사회주의적 사회계급관계를 반영한 민주정치도 있을 수 있고, 자본주의적 사회계급관계를 반영한 민주정치도 있을 수 있다. 전자를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라 하고, 후자를 부르주아민주주의라 한다.

그런데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는 현재 북측의 정치이념이고,  부르주아민주주의는 현재 남측의 정치이념이므로, 양자는 남북이 합의할 수 있는 통일공화국의 정치이념으로는 될 수 없다. 남북은 통일공화국 건설과정에서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도 아니고 부르주아민주주의도 아닌 제3의 새로운 민주주의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남북이 합의할 수 있는 통일공화국의 정치이념은 진보적 민주주의(progressive democracy)이다. 진보적 민주주의는 부르주아민주주의를 질적으로 발전시킨 새로운 민주주의이며, 따라서 그것은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와 구별되기는 하지만 모순되지는 않는다. 진보적 민주주의만이 통일공화국의 서로 다른 사회체제를 낡은 적대관계에서 끌어내어 공존과 공영의 특수관계로 결합시키는 민족공동의 정치이념이 될 수 있다.

통일공화국의 정치이념은 진보적 민주주의이며,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였다는 점에서 통일공화국은 가장 높은 수준의 민주공화국이다. 통일공화국 헌법은 진보적 민주주의를 반영한다.

통일공화국이 진보적 민주주의에 기초하여 건설될 것이라는 말은, 통일공화국이 남북의 민주주의정치연합 위에 건설될 것이라는 뜻이다. 연방정치란 민주주의정치연합의 실현방식이다.

통일공화국은 진보적 민주주의를 자기의 정치이념으로 삼을 것이고, 또한 민주주의정치연합을 자기의 국가성격으로 삼을 것이다. 통일공화국의 연방헌법이 가장 높은 수준의 민주헌법으로 되어야 할 필연성이 거기에 있다.

2-3) 연방공화국의 국가주권문제와 인민주권문제

통일공화국이 주권국가로 되는 까닭은, 통일공화국 연방정부가 국가주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연방정부가 국가주권을 행사하는 나라를 연방공화국이라 한다.

모든 공화국의 국가주권이 그러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조선)반도에 세워질 통일공화국의 국가주권은 대표권과 통치권이다. 모든 형태의 공화국에서 그러한 것과 마찬가지로, 통일공화국의 국가주권을 권능에 따라 구분하면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으로 분류되고, 그것을 역할에 따라 구분하면 외교권, 군사권, 통화권으로 분류된다. 모든 형태의 정부들이 그러하듯이, 연방정부도 통일공화국의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을 행사하는 주권적 실체이며 동시에 통일공화국의 외교권, 군사권, 통화권을 행사하는 주권적 실체이다.

통일공화국 연방헌법에 들어갈 국가주권문제에 관한 조항들은, 연방정부가 3대 통치권을 자주적으로 행사한다는 점을 성문화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통일공화국을 건설하는 복잡다단한 과정에서 남북정부가 각각 자기 지역에서 오랫동안 행사해온 주권을 스스로 폐기한 뒤에, 통일공화국 연방정부가 국가주권 공백상태에서 새로운 국가주권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주권은 어느 한 순간도 공백상태에 있을 수 없다. 따라서 통일공화국 연방정부는 남북정부로부터 주권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자기의 국가주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주권이양기간이 짧아지면 짧아질수록 통일공화국 완공기간이 단축될 것임은 명백하다.

주권이양기간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주권이양방식이다. 통일공화국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남북정부가 자기의 주권을 연방정부에게 넘겨주는 방식은, 급속한 이양방식이 있을 수 있고 점차적 이양방식이 있을 수 있다. 전자는 주권을 한꺼번에 모조리 넘겨주는 방식이고, 후자는 기간을 두고 조금씩 넘겨주는 방식이다.

남북정부가 각각 행사해오던 주권을 연방정부에게 급속히 넘겨줄 것인가 아니면 점차적으로 넘겨줄 것인가 하는 문제를 결정하는 것은, 통일공화국 건설과정을 이끌어갈 남북정치기구의 판단에 달려있다. 남북정치기구는 당시 조성된 남북관계와 통일정세 등을 고려하여 주권이양방식을 결정할 것이다.  

만일 남북정치기구가 주권을 점차적으로 넘겨주기로 결정한 경우, 통일공화국이 건설된 이후에 남북의 자치정부가 중앙의 연방정부보다 3대 통치권을 더 많이 행사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통일헌법은 연방정부가 통일공화국의 대표권을 배타적으로 행사한다는 점을 성문화해야 할 것이다. 그 까닭은 다음과 같다.

대표권은 대외관계에서 행사하는 권한이므로, 남북정부는 통일공화국 건설과정에서 3대 통치권 가운데서 외교권을 연방정부에 급속히 넘겨주어야 연방정부가 통일공화국의 대표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통일헌법은 통일공화국 연방의회가 외교통상부문의 입법활동을 강화하는 내용을 반영하여야 할 것이며, 연방정부가 적어도 외교통상부문에서는 완전한 행정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을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반면, 통일공화국의 남북에 세워질 두 지역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외교권은 자치권 수준으로 제한된다.

다른 한편, 통화권이란 통화발행권을 말하는데, 통일공화국의 단일통화발행은 과도적 중간단계를 거쳐 시행될 것이다. 그렇게 되는 까닭은, 북측의 사회주의계획경제와 남측의 민주주의혼합경제의 상호교환과정에서 생겨나는 구조적 격차가 일정하게 감소된 뒤에야 단일통화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아직 단일주권국가로 통합되지는 않았으나 시장경제체제로 단일화되었으므로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쓸 수 있지만, 한(조선)반도에서는 단일주권국가를 건설한 뒤에도 남북 경제체제의 상이성을 급속히 해소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정기간 동안 단일통화를 발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통일공화국 통화정책은, 연방화폐와 지역화폐를 함께 쓰는 과도적 중간단계를 거치게 될 것이다. 통일공화국 연방정부는, 잠정적으로 남측 화폐도 아니고 북측 화폐도 아닌 연방화폐로 연방재정을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통일공화국이 행사할 통화권은 연방정부가 사용하는 연방화폐를 발행하는 권한이다. 통일공화국의 사회주의계획경제와 민주주의혼합경제 사이의 경제통합이 높은 수준으로 진전되면서 남북의 지역화폐는 차츰 연방화폐로 대체되어갈 것이다. 따라서 통일공화국 연방헌법은 연방화폐의 지위와 역할에 관한 조항을 담게 될 것이다.

3대 통치권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군사권이다. 군사권은 통일공화국을 물리적으로 수호하는 국방권이다. 남북정부는 오랜 세월 동안 군사적 대치상태에 머물러 있었으므로, 통일공화국을 세우는 과정에서 각자 자기의 군사권을 연방정부에 넘겨주기에 가장 어려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통일공화국 연방정부가 창설한 연방사령부(federal command)는 남북정부로부터 군사권을 넘겨받게 될 것이다. 통일공화국 연방정부가 연방사령부를 내올 때, 남북정부는 남측의 한국군사령부와 북측의 조선인민군사령부를 각기 지역사령부(local command)로 전환, 개편할 것이다. 따라서 군사권 이양문제는, 통일공화국 안에 형성된 중앙의 연방사령부와 남북의 지역사령부의 관계에서 결정된다.

통일공화국 초기에 지역사령부는 연방사령부보다 더 많은 군사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남북정부가 각기 지역사령부의 군사권을 연방사령부에 점차적으로 넘겨주는 일정기간을 거치면서, 통일공화국은 연방군을 건설할 것이다. 연방군은 통일공화국의 영토와 주권을 군사력으로 수호하고 인민의 안전을 지키는 국가상비군이다. 그에 비해, 남북이 각기 자기 지역에 보유한 군대는 지역의 자치권을 지키면서 연방군을 지원하는 지역경비대이다.

따라서 통일헌법은 통일공화국 연방군 건설노선을 성문화하는 한편, 외침이나 내전 또는 그에 준하는 국가적 비상사태에 대처하여 연방정부와 지역정부가 행사하는 군사지휘권의 범위를 규정하는 조항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국가적 비상사태가 일어났을 경우, 연방정부가 지역경비대를 국가상비군으로 차출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조항도 포함될 것이다.

다음으로, 통일공화국 연방헌법에 명시해야 하는 것은 인민주권문제이다.

한(조선)반도에 세워질 통일공화국은 사회주의공화국도 아니고 부르주아공화국도 아닌 새로운 유형의 민주공화국이다. 통일공화국이 새로운 유형의 민주공화국이라는 말은, 인민주권사상이 구현된 진정한 의미의 민주공화국이라는 뜻이다.

인민주권사상이란, 나라의 주권이 인민(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이 인민(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한 진보적인 민주주의정치사상이다. 인민주권사상은 남측의 현행헌법과 북측의 현행헌법에 모두 담겨있는 민족공동의 정치사상이다. 또한 인민주권사상은 군주주권사상을 배격한 공화주의자들의 손을 거쳐 민주주의를 지향해온 인류가 찾아낸 가장 보편적인 정치사상이다. 따라서 통일공화국 연방헌법이 인민주권사상을 반영하는 데서는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

문제는 통일공화국 연방헌법이 인민주권을 실현하는 헌법적 근거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하는데 있다. 인민주권을 실현하는 헌법적 근거란, 인민의 주권행사를 보장하는 최고법적 근거를 말한다.

부르주아공화국 헌법의 경우, 인민의 주권행사를 보장하는 최고법적 근거는 3대 기본권인 공민권, 청원권, 선거권에 국한된다. 그러나 인민주권을 실현하는 헌법적 근거를 규정하는 데서 통일공화국 연방헌법이 부르주아공화국 헌법과 똑같을 수는 없다. 통일공화국 연방헌법은 전체 인민에게 공민권, 청원권, 선거권 이상의 권리를 차별 없이 보장하는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이다. 공민권, 청원권, 선거권 이상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말은, 노동, 교육, 의료, 모성보호, 휴식, 문화생활에 대한 인민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뜻이다. 통일공화국 연방헌법이 그러한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할 때, 인민주권이 실현된 진정한 의미의 민주공화국으로 될 수 있다.

2-4) 연방헌법과 지역자치법의 관계문제

한(조선)반도에 세워질 통일공화국의 구조적 특징은 하나의 연방정부(중앙정부)와 두 개의 자치정부(지역정부)들 사이의 상호결합관계에서 나타난다. 연방정부와 자치정부 가운데 어느 한 쪽이 없으면 통일공화국은 성립될 수 없다. 따라서 통일공화국 연방헌법은 연방정부와 자치정부의 상호결합관계를 성문화할 필요가 있다.

연방정부와 자치정부의 상호결합관계는 주권이양방식에 직결된다. 남북정부가 각각 행사해온 주권을 연방정부에게 조금씩 넘겨주는 점차적 이양방식을 결정하는 경우, 초기 단계에서 자치정부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자치권을 행사할 것이므로 연방정부는 통일공화국의 통합력을 그 만큼 더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통일공화국 연방헌법은 연방정부가 통치권을 넘겨받는 초기 단계에 국가통합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성문화하여야 할 것이다.

통일공화국의 법체계는 연방헌법과 지역자치법으로 구성된다. 연방헌법을 제정하고 시행하는 주체는 연방정부이고, 지역자치법을 제정하고 시행하는 주체는 남북의 자치정부이다.

그런데 남측의 지역자치법과 북측의 지역자치법은 각기 다른 내용으로 제정될 것이다. 통일공화국 안에서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지역자치법이 시행되는 까닭은, 그 법이 각각 남북 사회체제의 상이성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남측은 진보적 민주주의체제를 반영한 지역자치법을 시행할 것이고, 북측은 자주적 사회주의체제를 반영한 지역자치법을 시행할 것이다.

통일공화국 초기에는 남북 사회체제의 상이성이 크겠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그 상이성은 적어질 것이다. 통일공화국 국민(공민) 가운데서 분단시대를 경험한 세대가 줄어들수록 사회체제의 상이성은 차츰 줄어들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완전히 소멸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남북 사회체제의 상이성은 어느 한 사회체제가 다른 사회체제를 급속하게 통합함으로써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한 세대에 걸쳐 점차적으로 소멸되는 것이다. 한(조선)반도에서 어느 한 사회체제가 다른 사회체제를 급속하게 통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급속한 체제통합은 연방제 구성원리에 배치되는 것이며, 통일공화국의 통합력을 훼손하는 갈등요인으로 된다.

남북 사회체제의 상이성이 한 세대에 걸쳐 점차적으로 소멸되는 과정은, 연방헌법과 지역자치법의 상이성이 소멸되는 과정과 일치한다.

물론 통일공화국 건설 초기에는 연방헌법과 지역자치법이 남북 사회체제의 상이성을 반영하여 각기 서로 다른 내용을 담게 될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두 법체계가 모순관계에 놓이는 것은 아니다. 연방헌법과 지역자치법은 제정과정과 시행과정에서 연방제 구성원리에 따라 상호조율될 것이다. 연방헌법과 지역자치법의 제정을 상호조율하는 임무는 연방의회가, 그것의 시행을 상호조율하는 임무는 연방정부가 맡게 될 것이다. 연방헌법이 지역자치법보다 더 높은 최고법의 지위에 있으므로 그러하다. (끝)

* 이 글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08 파리국제정책포럼 첫째날인 2008년 12월 6일에 발표한 지정토론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