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중단 이후의 한(조선)반도 정세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실패로 끝난 조잡한 심리전
2. 북(조선)의 격파전술은 핵폭발실험이 아니다
3. 전략목표는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다
4. 반세기 전의 정전담판이 철군담판으로
5. 한(조선)민족의 자주화를 촉성하는 두 개의 정치일정

1. 실패로 끝난 조잡한 심리전

6자회담이 일년 넘도록 다시 열리지 못한 가운데 극도의 불안에 빠져들고 있는 쪽은 미국이다. 요즈음 워싱턴에서는 이러다가 6자회담이 정말 물 건너가 버리는 게 아닌가 하고 심각하게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불안에 빠진 부시 정부는 언제나 그러했듯이 북(조선)을 위협하는 심리전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북(조선)이 곧 핵폭발실험을 실시할 것이라는 소문을 미국 언론에 퍼뜨리는 것이 저들이 펼치는 심리전인데, 거기서 저들이 노리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북(조선)이 혹시 핵폭발실험을 강행하지나 않을까 생각하면서 경계하고 있는 중국의 여론을 자극함으로써 조·중 관계를 벌어지게 만들고 6자회담 구도에서 북(조선)을 고립시키려는 술책이다. 여기에는 북(조선)의 핵폭발실험을 매우 경계하고 있는 또 다른 상대인 남(한국) 정부를 자극하여 민족내부의 관계를 악화시키려는 술책도 들어있다.

핵폭발실험에 관하여 여론을 조작하는 심리전이 노리는 다른 하나는, 핵폭발실험이 다가온 것처럼 소문을 퍼뜨리는 것과 더불어 핵공갈로 북(조선)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보려는 것이다. 만일 북(조선)이 핵폭발실험을 강행하기만 하면 미국은 선제핵공격으로 모든 것을 잿더미로 날려버리는 무시무시한 핵전쟁을 준비하였다는 식의 소문을 퍼뜨리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부시 정부의 심리전은 그들이 노리는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원래 심리전이란 상대의 기를 꺾을 수 있을 만큼 정교하게 조직되고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하는 것인데, 부시 정부의 심리전은 조잡하기 이를 데 없다. 저들의 심리전은 속이 들여다보이는 실패작이다. '핵문제'와 관련하여 부시 정부는 불안이 실패를 낳고, 실패가 불안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조잡한 심리전의 역효과가 이른바 '부메랑'으로 날아와서 제 얼굴을 강타하고 있는 꼴이다.

2. 북(조선)의 격파전술은 핵폭발실험이 아니다

북(조선)은 핵폭발실험을 실시하려고 하지 않는다. 북(조선)은 중국과 남(한국)을 자극하는 어리석은 일은 절대로 벌이지 않는다. 부시 정부가 핵공갈 심리전을 벌인다고 해서 북(조선)이 겁을 집어먹고 움츠러드는 것도 아니다. 북(조선)은 핵공갈 심리전에 맞서서 맹렬한 격파전술로 나오고 있다. 북(조선)의 격파전술은 미국의 여론을 자극하고, 워싱턴의 대북(조선)정책을 둘로 갈라놓음으로써 헤어나올 수 없는 혼란과 궁지에로 몰아넣으려는 것이다.

그런 격파전술에 동원되는 수단은 핵폭발실험이 아니라 핵연료봉의 재처리다. 1994년에 채택된 제네바 기본합의서를 이행하는 동안 불이 꺼져 있던 영변 핵발전소의 흑연감속로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은 이미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이고, 이제는 흑연감속로의 불 속에서 익을 대로 익은 8천여 개의 핵연료봉을 꺼내서 거대한 냉각수조에 넣고 식힌 다음 재처리하는 공정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핵활동이 뜻하는 것은,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고순도 플루토늄을 많이 생산해낸다는 것이다. 영변에서 고순도 플루토늄의 양이 늘어나는 것은, 미국의 정찰위성이 찾아내지 못하는 비밀핵무기고에 핵탄두를 더 많이 들여놓게 된다는 뜻이다. 사용한 핵연료봉에서 재처리공정을 통하여 뽑아낸 고순도 플루토늄은 커다란 양파 크기로 만들어 두 손에 들고 맞부딪쳐도 핵폭발을 일으킬 만큼 매우 강한 폭발력을 지닌 무기급 핵물질이다. 지금 영변의 거대한 냉각수조에서는 그런 무기급 핵물질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침울한 분위기에 잠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둘러앉은 고위관리들이 영변의 냉각수조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을 머리 속에 상상하면서 극도의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미국이 '핵문제'를 제기하였던 때로부터 지금까지 그러했지만, 북(조선)의 격파전술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예상치를 뛰어넘는 곳에 이른다. 그 격파전술의 위력은 1994년의 제네바 기본합의서에 따라 중단되었던 영변 핵발전소 건설공사를 다시 시작하는 것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영변 핵발전소 건설공사를 다시 시작하는 것은 고순도 플루토늄을 지금보다 비할 바 없이 많이 생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자체적으로 요구되는 양보다 더 많은 고순도 플루토늄이 생산될 때, 그것이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부시 정부가 등장하여 제네바 기본합의서를 깨버리는 바람에 함경남도 신포에 커다란 구덩이만 파놓았던 경수로 발전소 공사가 막을 내렸으므로, 북(조선)이 원래 계획대로 영변 핵발전소 건설공사를 다시 시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놀랍게도, 북(조선)은 이 모든 일을 남몰래 숨어서 벌이지 않는다. 가끔 외무성 대변인을 통하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통보하여 그들을 경악과 충격에 몰아넣으면서 보란 듯이 일을 벌인다. 핵활동에 관한 북(조선)의 태도는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의 첩보활동이 요구되지 않을 만큼 공개적이고 그만큼 떳떳하며 자신감이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 있는 몇몇 나라들은 미국의 첩보망을 피하여 국제암시장을 들락날락하면서 핵관련 장비와 기술을 사들이려고 애쓰다가 미국에게 들키는 바람에 마구 두들겨 맞고 두 손을 번쩍 들어버리는 게 흔한 일인데, 북(조선)은 그야말로 예외 중의 예외다.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통보하고 핵활동을 재개한 것이 미국을 자극할 것이고, 부시 정부가 북(조선)에 대해서 무슨 일을 저지를지를 북(조선)이 알지 못하는 게 아니다. 북(조선)은 핵활동을 재개하는 격파전술이 미국의 핵공갈 심리전을 촉발시켜 조·미 관계를 더욱 날카롭게 긴장시킬 것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떳떳하게 자신감을 가지고 핵활동을 재개하는 격파전술로 나오는 그런 배짱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바로 거기에 '핵문제'의 비밀이 들어있다.

3. 전략목표는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다

모든 전술에는 목표가 있는 법이다. 핵활동을 재개하는 북(조선)의 격파전술에도 목표가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북(조선)에게는 목표가 명백하고, 목표에 이르는 전략·전술적 경로가 또한 명백하게 파악되어 있으므로 그처럼 떳떳하게 자신감을 가지고 핵활동을 재개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핵활동을 재개하는 전략·전술적 목표가 무엇인가를 알아보는 일이다.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핵활동을 재개하는 전술적 목표다. 그 전술적 목표는 조·미 정치회담을 다시 여는 것이다. 조·미 정치회담의 재개는 미국이 자꾸 강조하는 것처럼 6자회담의 틀 안에서도 가능하고, 미국이 말하지 않았지만 6자회담과 별도로 열어서 6자회담과 양자회담을 병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북(조선)이 6자회담 재개를 반대하면서 무턱대고 조·미 양자회담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것은, 북(조선) 외무성 대변인의 발표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북(조선)이 잔뜩 궁지에 몰린 미국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긴장상태를 풀어가려면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양자회담을 여는 방안이 더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여기서 정작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문제는 6자회담과 양자회담을 병행하여 추진하느냐 별도로 추진하느냐 하는 형식이 아니라 그 회담에 담겨지는 내용이다. 특히 양자회담에서 무엇을 다루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는 북(조선)의 전략적 목표가 양자회담의 의제로 제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명백하게도, 북(조선)의 전략적 목표는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다. 양자회담을 요리조리 피해왔던 부시 정부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궁지에 몰아넣고, 양자회담에 끌어내는 것이 북(조선)의 전술적 목표라면, 양자회담에서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는 방도와 일정에 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북(조선)의 전략적 목표다.

그런데 북(조선)이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향하여 나간다고 하면서도 영변에서 핵활동을 재개하면서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해내는 것은 언뜻 생각하면 모순된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핵활동 재개는 격파전술이고, 한(조선)반도 비핵화는 전략목표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면 그것은 전혀 모순으로 보이지 않는다.

북(조선)이 핵활동을 재개하는 격파전술을 취하는 까닭은, 그러한 초강경한 전술을 취해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흔들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데 반하여 북(조선)은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를 맹렬히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미국 언론에 자기의 정치적 의사를 드러낼 때마다 입버릇처럼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를 말하곤 한다. 그렇지만 그들이 말하는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어디까지나 북(조선)의 핵무장을 해제하는 것을 뜻한다. 자기의 핵전쟁준비태세는 그대로 두고 북(조선)의 핵무장만 해제하려는 것이 저들이 말하는 기만적인 비핵화론이다.

그와 달리, 북(조선)이 추구하는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는 미국의 기만적인 비핵화론을 마주보며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 비핵화는 미국이 북(조선)을 겨냥한 핵전쟁준비태세를 거두고 조·미 관계를 정상화하면, 북(조선)은 그것에 상응하여 핵무장을 해제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조선)을 겨냥한 핵전쟁준비태세를 거둔다는 말은, 핵전쟁 돌격대로 재편되고 있는 주한미국군을 전면적으로 철군한다는 뜻이다. 주한미국군을 그대로 놔두고 핵전쟁준비태세를 거두겠다는 것은 아이들이 들어도 웃을 거짓말이다. 주한미국군 철군이 핵전쟁준비태세 포기로 이어지고 그에 따라 조·미 두 나라는 백년숙적의 관계를 풀고 국교를 수립하는 것이다.

물론 조·미 두 나라가 국교를 수립한다고 해서 맹방관계로 들어서는 것은 아니다. 국교수립 뒤에도 사회주의 대 제국주의의 대결구도는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다. 북(조선)이 추구하는 비핵화는 사회주의 대 제국주의의 대결구도까지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북(조선)에 대한 핵전쟁준비태세를 유지하면서 남(한국)을 군사적으로 지배해온 미국의 점령군을 한(조선)반도에서 영원히 몰아냄으로써 한(조선)민족의 자주성을 완성하는 것이다. 북(조선)이 말하는 한(조선)반도의 비핵화 프로그램에 담긴 정치적 의미가 한(조선)민족의 자주화에 있음은 명백하다. 북(조선)이 미국에게 일관되게 요구해오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군대는 우리 강토에서 나가라'는 구호로 표현된다.

4. 반세기 전의 정전담판이 철군담판으로

6자회담은 그것이 재개되더라도 1994년의 제네바 기본합의서를 다시 살려내지는 못한다. 1994년에 제네바에서 조·미 두 나라가 채택한 기본합의서와 같은 내용으로 된 국제협약이 6자회담에서 채택되리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제네바 기본합의서가 규정한 한(조선)반도 비핵화 프로그램은 영변 핵시설의 동결과 조·미 관계정상화로 요약될 수 있다. 그 기본합의서에 따르면, 조·미 관계정상화로 이어지지 않는 북(조선)의 핵활동 중지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조선)은 조·미 관계를 정상화하는 경로에서 주한미국군이 철군하는 것에 따라서 자기의 핵활동을 단계적으로 포기해나갈 것이다. 이것은 북(조선)이 '핵문제'가 제기된 뒤로 10년이 넘도록 미국에게 일관되게 밝혀온 비핵화 프로그램의 핵심내용이다.  

이런 각도에서 볼 때, 조·미 정치회담이 다시 열리는 경우 그 자리에서는 북(조선)이 말하는 한(조선)반도 비핵화의 방도와 일정을 놓고 밀고 당기는 양자협상이 벌어질 것이다. 한(조선)반도 비핵화의 방도와 일정을 놓고 밀고 당기는 정치협상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철군담판이라고 할 수 있다. 조·미 두 나라 협상대표들이 주한미국군을 철군하는 문제를 놓고 밀고 당기는 담판을 벌이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비핵화 협상의 중심부에는 철군담판이 놓여있다고 말할 수 있다.

조·미 두 나라가 철군담판을 벌이게 되면, 그것은 50여 년 전에 벌어졌던 정전담판과 비교될만한 대사변이다. 오래 전에 판문점에서 열렸던 정전담판에는 군지휘관들이 나섰던 것에 비하여, 앞으로 열리게 될 철군담판에는 외교관들이 나서게 될 것이다. 정전담판에서는 전쟁을 중지하고 외국군을 철군하기 위한 정치회담을 열자고 합의하였는데, 앞으로 벌어질 철군담판에서는 한(조선)반도에 남아있는 유일한 점령군을 철군하기 위한 담판이 벌어질 것이다. 50여 년 전에 제국주의 미국의 한(조선)반도 전쟁을 중지시켰던 정전담판은 5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남(한국)에 대한 제국주의 미국의 군사적 지배를 영원히 끝장내는 철군담판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철군담판은 열릴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열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까닭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철군담판을 언제까지나 회피할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들이 철군담판을 회피할수록 북(조선)의 핵무기고에는 플루토늄 핵탄두가 늘어갈 것이므로, 저들에게 남은 대안은 철군담판에 응하는 것밖에 없다.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대외적 명분 뒤에서 벌이지게 될 철군담판에서는 당연히 철군협약이 체결되어야 한다. 철군협약에서는 미국이 어느 때부터 단계적으로 주한미국군을 빼내가겠다는 철군일정이 밝혀져야 한다. 바로 그 철군일정이 북(조선)이 추구하고, 한(조선)민족 전체가 요구하며, 진보적 인류가 염원하는 한(조선)반도의 비핵화일정과 일치되는 것이다.

5. 한(조선)민족의 자주화를 촉성하는 두 개의 정치일정

요즈음 조·미 정치회담의 가능성을 예고해주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첫째로 손꼽히는 것은 올해 세 단계에 걸쳐서 펼쳐지는 6.15 공동선언 실천운동의 정치일정이다.

철군담판은 남북관계가 긴장에서 화해로 돌아서고, 민족대단결의 기운이 한(조선)반도에 넘쳐나는 조건에서 시작될 수 있다. 북(조선)의 남침을 입버릇처럼 뇌이면서 남침위협으로부터 남(한국)을 보호해주기 위해서 미국군대를 남겨두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은, 한(조선)민족의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가 무르익을수록 우스꽝스러운 헛소리로 들리게 된다. 6.15 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우리 민족끼리 화해하고 단합하여 조국통일을 실현할 수 있음이 현실로 입증될 때, 주한미국군의 존재근거는 사라질 것이며 남(한국)의 대중이 주한미국군 철군운동을 지지하게 될 것이다.

6.15 공동선언 발표 5주년을 맞이하여 남북 장관급(상급)회담이 오랜만에 다시 열리게 되고, 남북해외에서 구름처럼 모여든 사회단체대표들과 정당대표들 1천5백 명이 남(한국) 정부대표단과 함께 참가한 민족통일대축전에서는 통일열기가 넘쳐나게 될 것이다. 그 열기 속으로 사라지는 것은, 북(조선)의 남침위협으로부터 남(한국)을 보호해주기 위해 미국군을 남겨둔다는 미국의 해묵은 거짓말이다.

만일 8.15 조국광복 60주년을 맞이하여 서울에서 열리는 민족공동행사를 남북정부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남북해외의 정당대표들과 사회단체대표들이 모두 모이는 민족통일대축전이 열리는 경우, 민족대단결의 기운은 5년 전 평양에서 남북최고위급회담이 열렸을 때처럼 뜨겁게 솟구칠 것이다.

그러한 민족대단결의 기운은 오는 10월 10일 평양에서 열리는 조선로동당 창건 60주년 기념행사에 5년 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남(한국)의 수많은 정당대표들과 사회단체대표들이 참가하여 우리 민족끼리 단합하는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드높이는 정치적 행동에서 절정에 이를 것이다.

올해 한(조선)반도를 통일열기로 뜨겁게 달구게 될 정치일정은 이처럼 세 단계로 설정되어 있다. 미국이 제아무리 초강대국이라고 해도 우리 민족끼리 만나서 힘을 모으는 6.15 공동선언 실천운동의 정치일정을 막지는 못한다.  

둘째, 주한미국군이 평택기지로 옮겨가는 것을 저지하는 대중투쟁의 정치일정이다.

주한미국군이 평택기지로 옮겨가는 것은 미국의 군사력을 재편하는 전략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이다. 평택기지를 확장·건설하는 전략사업의 목표는 평택기지에 모아놓게 될 미국군을 동아시아의 신속기동군으로 재편하고, 평택기지를 미·일 동맹군의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데 있다.

미국 국방부가 미·일 동맹군의 전초기지로 징발한 평택기지는 미·일 동맹군의 해군력과 공군력을 증강함으로써 미·일 동맹체제에 대한 중국의 도전을 억제하고 한(조선)민족의 자주화를 가로막으면서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적 지배권을 유지하려는, 미국 국무장관의 말 그대로 '폭정의 전초기지'다.

그러나 남(한국)의 진보적 사회정치세력은 미국이 우리 강토에 '제국주의 폭정의 전초기지'를 세우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남(한국) 대중의 주한미국군 철군투쟁은 평택기지 반대투쟁에서 그 폭발력을 얻게 될 것이므로, 철군투쟁의 힘을 그곳으로 집중해야 할 요구가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6.15 공동선언 실천운동과 남(한국) 대중의 철군투쟁은 한(조선)민족의 자주화를 촉성하는 정치일정이다. (2005년 5월 22일 작성)

* 이 글은 서울의 인터넷 언론 '통일뉴스'에 기고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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