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와 비확산을 갈라놓은 북(조선)의 핵실험

 

<차례>
1. 글을 시작하며
2. 의도적인 침묵과 억측을 넘어서
3. 누구의 핵실험이 위협으로 되는가
4. 부쉬정부의 6자회담 복귀요구는 정당한가
5. 비확산을 비핵화라고 우기는 억지
6. 두 가지 행동으로 나타난 부쉬정부의 체제전복의사
7. 글을 맺으며

1. 글을 시작하며

미국의 사회학자 졨 기틀린(Todd Gitlin)이 지적했듯이, 현대정보사회는 거대한 허구이다. 자본주의언론시장은 그것이 발달할수록 무한정한 자극과 소음을 쏟아내면서 세상을 흥분, 공포, 증오, 불안으로 몰아넣는다. 선정주의적 보도관행이다.

그런 관행을 계속하는 자본주의언론시장의 등뒤에는 정보조작과 여론조작에 이골난 부쉬정부 고위관리들이 있다. 대중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부쉬정부 고위관리들과 자본주의언론시장이 연결된 은밀한 유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북(조선)의 핵실험에 관한 언론보도는, 그 유착에서 흘러나온 가짜정보들 속에 떠다니고 있다. 가짜정보들 속에 떠다니는 언론보도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생겨나는 것은 흥분, 공포, 증오, 불안이다. 이성적 판단은 배제된다.

가짜정보의 혼탁한 흐름에서 빠져 나와 이성적 판단으로 북(조선)의 핵실험을 바라보려면, 부쉬정부 고위관리들과 자본주의언론시장의 유착이 쏟아내는 수많은 '정보'들 가운데서 핵심부분을 집어내어 그 속을 뒤집어놓고 정세흐름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 저들의 속임수를 넘어서 진실을 만날 수 있다.

북(조선)의 핵실험과 관련하여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정보'들 가운데 핵심부분은 한 마디로 말해서 부쉬정부가 여러 경로를 통해 내놓는 공식견해와 정보평가들이다. 부쉬정부 고위관리들과 유착된 자본주의언론시장은 북(조선)의 핵실험에 대한 부쉬정부의 공식견해와 정보평가를 변론하고 해설하고 선전하고 증폭하는 기능을 최대한으로 발동하는 중이다.

이 글은 북(조선)의 핵실험에 대한 부쉬정부의 공식견해와 정보평가에 들어찬 허구와 왜곡을 들춰내려는 목적으로 작성한 것이다.

2. 의도적인 침묵과 억측을 넘어서

북(조선)의 핵실험장에서 발생한 거대한 핵진동이 지구를 뒤흔들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강타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북(조선)이 핵실험을 실시한 뒤로 나흘이 지난 오늘까지 핵실험에 대한 공식적인 정보평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의도적인 행동으로 생각된다.

물론 부쉬정부는 북(조선)의 핵실험에 관련하여 자기들이 파악한 정보를 모두 공개하지 않겠지만, 핵실험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를 밝혀주는 것에 대해서조차 입을 다물고 시간을 끄는 것은 의도적이다. 핵심정보를 비밀에 묻어두고 당분간 모호성(ambiguity)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부쉬정부가 그처럼 북(조선)의 핵실험에 대해 모호성을 유지하는 까닭은, 그렇게 함으로써 핵실험에서 파급된 강력한 공세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부쉬정부는 북(조선)의 핵실험에 대해 모호성을 유지하면서도, 자기와 유착된 자본주의언론시장의 보도를 통하여 북(조선)을 '범죄국가(criminal state)'로 몰아갈 수 있으며 유엔안보리를 움직여 북(조선)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백악관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북(조선)이 발표한 핵실험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거나, 또는 핵실험 성공여부에 대한 최종결론이 나오지 않더라도 북(조선)이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발표한 행위가 '도발행위'이므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 부쉬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연합뉴스』 2006년 10월 14일) 부쉬정부는 아직 북(조선)의 핵실험에 대한 '최종결론'을 내리지 않았으면서도, 유엔안보리의 제재결의안부터 채택하는 조치를 서둘렀다.

그런데 부쉬정부가 모호성을 유지하는 동안에 북(조선)의 핵실험에 관한 구구한 억측이 퍼져나가는 난맥상이 조성되었다. 북(조선)의 핵실험에 관한 실패론과 위장론이 그러한 억측이다.

실패론자들은 핵무기가 폭발할 때 일어나는 지진파를 측정한 자료만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논란을 벌이면서, 진동이 자기들이 예상한 것보다 너무 약했으므로 핵폭발 장치의 일부만 폭발한 실패라고 보았다. 다른 한편, 위장론자들은 한 술 더 떠서 북(조선)이 핵무기가 아니라 재래식 고성능 폭탄을 터뜨려서 핵실험인 것처럼 위장한 것으로 보았다.

실패론자들과 위장론자들의 그러한 견해는 북(조선)을 핵기술후진국으로 보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오판이다. 그들은 북(조선)이 핵무기를 소형화, 경량화하는 고급기술을 갖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핵무기를 소형화, 경량화하는 기술은 핵무기 개발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핵탄두 무게를 1t 이하로 줄이고, 핵폭발력을 TNT 1kt 이하로 줄이는 고급기술은 비약적인 기술혁신이 없이는 획득할 수 없다. 진동이 적게 나타나는 핵실험일수록 더 정밀한 핵무기 설계기술을 확보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북(조선)이 그러한 고급기술을 아직 갖지 못했다고 보는 실패론자들과 위장론자들의 추정은, 북(조선)이 보유한 핵무기가 미국이 60년 전에 처음으로 만들었던, 무게가 4t이나 나가고 폭발력은 TNT 20kt에 이르는 원시적이고 조잡한 핵무기라고 얕보았던 미국 국가정보기관의 정보평가에 근거한 것이다. 물론 1998년 5월 30일 파키스탄의 차가이 핵실험장 수직갱에서 북(조선)이 처음으로 실시한 '비공인 핵실험'에 등장하였던 것은 TNT 15-18kt의 폭발력을 가진 전략핵무기였지만(『연합뉴스』 1998년 5월 31일), 그것은 8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주목하는 것은, 소형핵무기를 설계하는 기술은 신비로운 것이 아니라, 인도와 파키스탄 같은 나라들도 이미 8년 전에 달성한 기술이라는 점이다. 1998년 5월 11일 인도가 라자스탄 사막의 포크란 핵실험장에서 실시한 세 차례의 핵실험에 등장한 핵무기는 TNT 200t의 폭발력을 가진 소형핵무기와 500t의 폭발력을 가진 소형핵무기였다. 1998년 5월 28일 파키스탄이 발루치스탄 사막의 차가이 핵실험장에서 실시한 핵실험에 등장한 핵무기 5기 가운데 3기는 TNT 1kt 이하의 폭발력을 가진 소형핵무기들이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8년 전에 각각 자국의 핵실험으로 입증하였던 소형핵무기는 이번에 북(조선)이 시험한 핵무기의 폭발력보다 적거나 그와 비슷한 소형핵무기들이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자기들의 핵실험으로 소형핵무기 설계기술을 확보하였음을 입증한 역사적 경험은, 핵무기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나라가 만일 미국의 저지공작에 걸리지 않고 힘써 노력하는 경우 고급기술을 확보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핵무기 설계기술수준에서 인도나 파키스탄에 결코 뒤지지 않고, 핵무장을 하기 위한 확고부동한 결심과 기술개발사업에 그 어떤 나라보다도 모범적인 북(조선)이 오늘날 인도와 파키스탄의 8년 전 기술수준에도 이르지 못했다고 과소평가하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 2003년 8월 18일 미국 연방상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비공개보고서에서 미국 중앙정보국은, 북(조선)의 핵무기 개발기술이 1990년대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기술수준을 능가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 2003년 11월 9일)

북(조선)이 TNT 1kt 이하의 소형핵무기를 개발하였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미국의 전문가들도 인정하였다. 이를테면, 비확산정책교육센터(NPEC)의 실무책임자 헨리 소콜스키(Henry D. Sokolski), 미국과학자협회(FAS)의 전략안보담당 책임자 마이클 레비(Michael Levi), 안보전문 웹싸이트 세계안보(GS)의 책임자 존 파이크(John Pike), 과학 및 국제안보연구원(ISIS) 원장 데이빗 올브라이트(David Albright) 같은 전문가들을 손꼽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 2003년 7월 1일자 보도와 『도쿄신붕』 2003년 11월 26일자 보도를 읽어보면, 미국 중앙정보국은 북(조선)이 소형핵무기 제조기술을 확보하였다고 판단하였음이 드러난다. 당시 중앙정보국은 북(조선)이 무게 700kg 안팎의 소형전술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산하 핵화학방위국이 작성한 전술교리에는 인민군이 작전배치한 사거리 53km의 170mm 자주포(북측에서는 자행포라 부름)가 TNT 1kt급 이하의 소형전술핵포탄을 발사할 수 있는 것으로 기술되어있다.

1998년 5월에 핵실험을 실시하였던 인도는 오늘 약 40-90기에 이르는 핵무기를 보유하였고, 같은 시기에 핵실험을 실시하였던 파키스탄은 오늘 약 50기에 이르는 핵무기를 보유하였다. 그러한 추세로 보아서, 1998년 5월 30일 파키스탄의 차가이 핵실험장을 빌려 '비공인 핵실험'을 실시하였던 북(조선)도 약 50기에 이르는 핵무기를 보유하였다고 보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이다.

북(조선)이 핵무기를 소형화하는 기술을 보유한 것은, 미사일에 장착하는 여러 종류의 핵탄두를 만들어내는 핵무기 양산체제를 갖추었다는 뜻이다. 북(조선)의 핵실험에 대한 부쉬정부의 의도적 침묵은 바로 그러한 핵무기 양산체제가 존재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감추려는 것이다.

3. 누구의 핵실험이 위협으로 되는가

북(조선)의 핵실험에 대한 부쉬정부의 공식견해가 가장 뚜렷이, 요점적으로 기술된 문건은 2006년 10월 11일 부쉬정부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결의안 초안(Draft Resolution)이다.

결의안 초안에서 부쉬정부는 북(조선)의 핵실험이 국제적 평화와 안전에 명백한 위협(a clear threat to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을 조성하였다고 비난(condemn)하였다. 자본주의언론시장은 그 비난을 변론하고 해설하고 선전하고 증폭하는 데 열을 올리고, 그것에 자극을 받은 사람들은 흥분, 공포, 증오, 불안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차분하게 이성적 판단으로 북(조선)의 핵실험을 바라보면, 정반대의 모습이 보인다. 북(조선)의 핵실험이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조성하였다는 부쉬정부의 비난은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초보적 논리조차 갖지 못한, 말 그대로 비난일 뿐이다. 그 까닭은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미국의 네바다사막은 '핵실험 소굴'이라 할만하다. 핵실험을 1년 동안에 자그마치 94회나 실시하였던 적이 있다. 평균 나흘에 한 차례씩 줄곧 핵실험을 실시한 것이다. 미국은 1945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1천52회의 핵실험을 실시하였다. 이것은 61년 동안 해마다 평균 17회 이상의 핵실험을 실시한 것이다. 가장 최근에 실시한 핵실험은, 북(조선)이 핵실험을 실시하기 여덟 달 전인 지난 2월 네바다 사막의 핵실험장에서 실시한 것이다.

그런데 북(조선)은 이번에 처음으로 '공인된 핵실험'을 실시하였다. 북(조선)은 침묵하고 있지만, 관련자료를 분석해보면 1998년 5월 30일 파키스탄의 발루치스탄사막에 있는 차가이 핵실험장을 빌려 실시한 '비공인 핵실험'이 북(조선)에게 최초의 핵실험이었다. 그러므로 '비공인 핵실험'까지 계산에 넣는다 해도, 북(조선)이 실시한 핵실험은 단 두 차례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 61년 동안 해마다 평균 17회 이상 끊임없이 실시해온 미국의 핵실험은 평화와 안전을 지켜주는 것이고, 처음 실시한 핵실험, 그것도 일각에서는 실패하였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북(조선)의 핵실험은 어째서 평화와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말인가. 거의 일상화되다시피 한 미국의 핵실험에 대해서는 아무런 위험을 느끼지 않으면서, 처음으로 실시한 북(조선)의 핵실험에 대해서 위험을 느끼는 것은 너무도 비합리적이고 부조리하다. 초등학교 학생 정도의 지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은 북(조선)의 핵실험이 아니라 미국의 핵실험이라고 말할 것이다.

부쉬정부가 북(조선)의 핵실험을 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이라고 몰아붙이는 대중선동에서는 북(조선)에 대한 적개심과 공격심리를 자극하는 광기마저 느껴진다. 북(조선)의 핵실험에 대해 흥분, 공포, 증오, 불안을 느끼는 것은 부쉬정부의 광기 어린 선동에 맞춰 덩달아 춤추는 어리석은 일이다.

4. 부쉬정부의 6자회담 복귀요구는 정당한가

결의안 초안에서 부쉬정부는 북(조선)에게 6자회담에 조건 없이 복귀할 것을 요구하였다. 부쉬정부 고위관리들은 언론 앞에 나설 때마다, 북(조선)이 6자회담에 무조건 복귀하는 길만이 오늘 조성된 극도의 긴장을 해소할 것이라고 강변한다. 그리고 또 하나 빼놓지 않는 것은, 절대로 북(조선)과 단독으로 회담장에 마주 앉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이제까지 부쉬정부가 이른바 '외교적 해결'에 목소리를 높이면서 취해온 태도를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북(조선)의 6자회담 복귀와 조미양자회담 거부로 요약할 수 있다.

2006년 10월에 출판된 캐런 디영(Karen DeYoung)의 책 『병사 콜린 파월의 생애(Soldier: The Life of Colin Powell)』에 따르면, 2003년 2월 부쉬는 연방상원 외교위원회 의원들에게 북(조선)과 직접 대화하는 것은 자신의 정책이 아니라고 밝혔으며, 2003년 4월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콜린 파월이 조중미 3자회담을 준비하면서 중국에게 조미양자회담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고, 부통령 딕 체니(Dick Cheney)는 6자회담을 미국이 북(조선)과 협상할 수 없는 불가능한 요구를 들이대는 자리로 여겼다고 한다.

부쉬정부의 속셈은 분명하다. 미국의 목표는 북(조선)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이지 그 정권과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내용의 비공개 '국방부 비망록(Pentagon memorandum)'을 미국 고위관리들에게 배포하였던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Donald H. Rumsfeld)의 견해(『뉴욕타임스』 2003년 4월 21일)가 바로 부쉬정부의 속셈인 것이다. 그것은 조미양자회담에 나가지 않으려는 구실로 6자회담을 벌여놓고 그 회담장의 뒤에서는 북(조선)을 무너뜨리는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추진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쉬정부가 재개를 요구하는 6자회담은, 그 회담에 참가한 다른 나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 모르나, 적어도 부시정부에게는 북(조선)을 무너뜨리려는 '정권교체' 계략을 위장, 은폐하려는 정치적 기만인 것이다.

북(조선)은 2002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조미양자회담에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놀라운 제안'을 내놓았고, 2003년 4월 베이징에서 열린 조중미 3자회담에서는 부쉬정부가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경우 핵무기 개발사업을 전면적으로 해체하는 구체적인 목록이 제시된 해결방도(『워싱턴타임스』 2003년 4월 29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 2003년 4월 28일), 다시 북(조선)의 표현을 빌리면 '새롭고 대범한 해결방도'를 내놓았지만, 그러한 성의 있는 노력에 대한 부쉬정부의 응답은 조미양자회담을 거부하고 북(조선)의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계략이었다.

럼스펠드가 작성, 배포한 '국방부 비망록'에 들어있는 표현대로, 부쉬정부의 목표는 북(조선)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이지 그 정권과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부쉬정부가 요구하는 대로 북(조선)이 6자회담에 무조건 복귀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이라고 말할 수 없다. 남아있는 해결방안은 조미양자회담밖에 없다는 견해는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

5. 비확산을 비핵화라고 우기는 억지

결의안 초안에서 부쉬정부는 한(조선)반도에서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실현하고, 한(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노력을 반기며 고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조선)의 핵실험과 관련하여 부쉬정부가 쏟아내는 형형색색 거짓말 가운데 가장 커다란 거짓말은 자기들이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요구한다는 말이다. 명백하게도, 부쉬정부는 비핵화(denuclearization)에는 털끝 만한 관심도 없고 오로지 비확산(nonproliferation)에만 전념하고 있다. 부시정부가 보여주는 여론조작의 극치는, 저들이 비확산이라는 말을 비핵화라는 말로 슬쩍 바꿔놓고 자기들이 마치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처럼 세상을 속인다는 데 있다. 비확산이란 미국의 '핵우산 공약'에는 손도 대지 않고, 북(조선)의 핵무장만 해제하겠다는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개념이다.

한(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것은, 북(조선)이 보유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50여 기의 핵무기가 아니라, 선제공격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태평양과 한(조선)반도에서 핵전쟁연습을 한 해에도 300여 차례씩 실시하는 핵강국 미국이 보유한 7만6천 기의 핵무기이다. 7만6천 기의 핵무기는 손도 대지 않고 50여 기의 핵무기부터 없애버려야 한다는 부쉬정부의 목소리는 제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헛소리로 들린다.

한(조선)민족은 피폭민족이다. 일본인들은 한(조선)반도와 동아시아를 침략하고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전범국으로서 미국과 교전 중에 핵공격을 당한 피폭민족이지만, 식민지조선은 전범국도 침략자도 교전당사국도 아니었다. 일제의 식민지로 짓밟힌 희생자였다. 징병, 징용, 학병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끌려가서 고생하다 핵참화에 희생된 식민지조선인들에게 무슨 죄가 있었겠는가.

피폭민족이 사는 한(조선)반도는 지난 냉전시기에 미국이 핵공갈이 아니라 핵공격을 실행에 옮기려고 벼르던 지역이었다.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처음으로 개발하였을 때, 그것을 가장 먼저 작전배치한 지역이 남(한국)이었다. 전술핵무기를 동원하여 북(조선)을 초토화하려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핵전쟁연습을 1970년대부터 근 30년 동안이나 석 달이 멀다하고 끊임없이 벌여왔던 지역이 남(한국)이다.

북(조선)을 선제핵공격으로 초토화시키겠다고 윽박지르는 부쉬정부의 전쟁의지는 한미 국방장관들이 만나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저들의 전쟁의지는 현재 시각에도 실제행동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를테면, 전시에 동해에 출동하여 북(조선)에 선제핵공격을 가하게 될 미국 해군 제7함대의 항공모함에서 발진하는 전폭기들에는 2kt급 전술핵탄두를 장착하고 정밀타격을 가하는 단거리 공중발사 미사일(AGM-69)과 공대지 순항미사일(AGM-86)이 실려있다. 항공모함을 보위하는 미국 해군 순양함들에는 2kt급 전술핵탄두를 장착하고 정밀타격을 가하는 토마호크 미사일이 발사대기상태로 있다.

주일미국군 기지들에는 발사명령만 떨어지면, 일본의 '비핵 3원칙'을 의식해서 서로 다른 보관소에 분리해 보관해오는 10-15kt급 핵탄두를 실어와 재조립, 장착하고 정밀타격을 가하는 지대지 순항미사일(BGM-109G)이 작전배치되어 있다.

어디 그것 뿐 일까. 동해의 깊은 바다 속에는 핵탄두를 장착한 잠수함발사 미사일을 가득 싣고 오가는 미국의 핵추진잠수함들이 있고, 평양 상공에 이르기까지 전폭기 항속거리로 4시간 밖에 걸리지 않은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는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정밀유도무기를 실은 최신예 스텔스 전략폭격기들이 현재 시각에도 출격엔진을 걸어놓고 발진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국방장관 럼스펠드는 2001년 12월 31일 '핵태세검토보고(Nuclear Posture Review Report)'를 연방의회에 제출하였다. 군사기밀문서로 분류된 그 보고서의 존재는 2002년 3월 9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보도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다. 그 보고서 내용 가운데서 주목하는 것은, 미국이 선제핵공격 대상으로 지목한 일곱 나라가 명시된 것인데, 북(조선)이 그 가운데서 첫 번째 공격대상이다.

지금 부쉬정부가 밀고 나가는 '해외주둔 미국군 재배치 계획(Global Posture Review)'이라는 것은, '핵태세검토보고'에 나타난 선제핵공격전략을 실전화하는 행동계획이다. 그 행동계획에 따라 주한미국군과 주일미국군을 재편, 재배치하는 작업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평택에 거대한 미국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핵우산' 증강을 마무리하는 것을 뜻한다. 부쉬정부가 평화체제가 아니라 정전체제에서 '핵우산' 증강을 마무리한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2005년 3월 15일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실이 작성한 '합동핵작전교리' 초안에 따르면, 제한적 핵전쟁시나리오를 작성해놓고 대통령에게 선제핵공격을 승인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2005년 5월 2일) 북(조선)에 대한 미국군의 선제핵공격은 부쉬의 승인만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부쉬정부가 말하는 '핵우산 공약'의 실상이다. 부쉬 자신과 그의 고위관리들은 언론에 나타나서 북(조선)에 대해서 말할 때마다 곧잘 북(조선)을 침공하거나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말하곤 하지만, 그것은 여론조작을 위한 거짓말임이 명백하다.

한(조선)반도의 군사정세가 이럴진대, 북(조선)이 미국의 '핵우산' 증강과 북침준비를 강 건너 불 구경하듯이 바라보면서 자위적 핵무장을 외면하였다면 그것이 도리어 비정상적이다. 북(조선)의 핵무장은 '핵태세검토보고'에서 새로운 군사전략을 확정지은 2001년부터 다섯 해 동안 부쉬정부가 시시각각 광란적으로 다그쳐온 '핵우산' 증강과 북침준비에 맞서 한(조선)반도와 그 땅의 미래를 지키려는 투쟁의 결과이다.

6. 두 가지 행동으로 나타난 부쉬정부의 체제전복의사

결의안 초안에서 부쉬정부는 하지 말라는 경고까지 주었는데도 기어이 핵실험을 강행하여 국제적 평화와 안전을 위협한 북(조선)에게 유엔안보리의 국제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부쉬정부는 유엔안보리의 다른 이사국들을 의식해서 제재(sanction)라는 표현을 썼지만, 저들이 노리는 것은 북(조선)에 대한 징벌(punitive action)이다.

주목하는 것은 그들이 노리는 북(조선)에 대한 징벌의 목적이 북(조선)정권을 뒤집어엎으려는 체제전복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저명한 저술가인 밥 우드워드(Bob Woodward)가 2002년에 펴낸 자기의 책 『전쟁하는 부쉬(Bush at War)』에 따르면, 부쉬는 자기에게 북(조선)정권을 뒤집어엎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북(조선)에 대한 부쉬정부의 체제전복의사가 정책적으로 구체화된 것이 금융제재(financial sanction)와 해상봉쇄(naval blockade)이다.

부쉬정부는 2004년에 재무부 안에 테러 및 금융정보실(Office of Terrorism and Financial Intelligence)을 설치해놓은 뒤에, 북(조선) 무역회사에서 일하다가 도망친 40대 후반의 탈북자가 한 장에 50달러씩 주고 사들인 100달러 위조지폐를 몇 장 넘겨받은 뒤, 북(조선)의 화폐제조국에서 위조지폐를 만든 '결정적인 증거'를 잡았다고 하면서 북(조선)을 이른바 '범죄국가'로 낙인찍었으며, 모든 대외금융거래를 하지 못하게 만든 금융제재를 가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의 테러 및 금융정보 담당차관 스튜어트 레비(Stuart Levy)가 솔직히 밝혔듯이, 국제금융거래에서는 불법활동과 합법활동을 거의 구분할 수 없다. 따라서 미국이 북(조선)의 대외금융거래에서 '불법활동'을 차단하는 것은 합법적인 금융활동을 봉쇄한다는 뜻이다. 미국 재무부가 전세계 금융기관들에게 북(조선)과 어떤 형태의 금융거래도 하지 말도록 강요하는 것은 저들의 속셈이 무엇인지를 뚜렷이 드러내는 것이다. 부쉬 자신이 북(조선)에 대한 금융제재를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은 스튜어트 레비의 입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연합뉴스』 2006년 10월 11일)

금융제재의 목적은, 명백하게도, 북(조선)정권을 무너뜨리기(topple down) 위함이다. 셀릭 해리슨(Selig S. Harrison)의 말에 따르면, 국무부 회의에서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 로버트 조셉(Robert Joseph)은 북(조선)에게 금융제재를 가해 평양의 불이 모두 꺼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 2006년 10월 10일) 2006년 봄 미국 중앙정보국 관계자는 국정원 관계자에게 미국이 금융제재로 북(조선)의 목줄을 쥐게 되었다고 말했다. (『신동아』 2006년 10월호)

미국은 2003년 6월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을 개시하였다. 확산방지구상이란 대량파괴무기나 관련제품을 실은 것으로 의심하여 지목한 선박을 내해, 영해, 공해를 가리지 않고 정선, 검문, 수색, 화물압류, 나포하는 해상봉쇄이다. 부쉬정부는 확산방지구상에 따른 행동이 대량파괴무기 확산을 봉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실제로는 공해에서의 자유로운 항해권와 영해에서의 무해통항권을 보장한 국제법을 짓밟으면서, 해상수송을 통한 정상적인 무역까지 봉쇄하려는 흉계를 감추지 않고 있다.

또한 확산방지구상은 교양과 설득으로 실행되지 않고, 무력을 사용하는 도발적인 해상군사작전을 통해서 실행된다는 점에서 미국의 전쟁의지가 실려있음을 알 수 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확산방지구상이 노리는 가장 중요한 표적은 북(조선)의 해상수송이다. 부쉬정부는 확산방지구상이라는 작전명을 내걸고 북(조선)의 해상수송과 무역활동을 봉쇄하려는 것이다. 그 해상봉쇄가 북(조선)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군사작전임은 자명하다. 지난 시기 미국이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확산을 방지한다고 하면서 이라크 영해를 봉쇄하였을 때, 미국의 해상봉쇄에 걸려든 이라크의 경제는 질식상태에 빠져들었다. 미국의 해상봉쇄로 이라크에 식량과 생필품과 의약품이 들어가지 못한 탓에 헤아릴 수 없는 이라크 인민들이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 부쉬정부는 그 참혹한 해상봉쇄를 한(조선)반도 주변해역에서 재연하려는 것이다.

7. 글을 맺으며

비확산은 북(조선)이 핵무장을 포기하는 문제인데 비해서, 비핵화는 북(조선)의 핵무장 포기와 미국의 '핵우산 공약' 포기를 맞바꾸는 문제이다.

북(조선)이 핵무장을 포기하고 그에 상응하여 미국이 '핵우산 공약'을 포기하려면 조미양자회담이 열려야 한다. 부쉬정부는 비핵화를 외면하고 비확산만 완강하게 고집하기 때문에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조미양자회담을 거부하고 있다.

만일 그러한 부쉬정부에게 설득이나 타협이 통한다면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다. 부쉬정부를 비핵화의 길로 끌어내려면 조미양자회담 거부의사를 꺾을 수 있는 강한 충격수단이 있어야 한다. 북(조선)이 부쉬정부를 비핵화의 길로 끌어내려는 강한 충격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핵실험이다.

북(조선)이 핵실험을 실시한 정치적 목적은,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것이 아니며,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미국과 핵무기 개발경쟁을 벌이자는 것도 아니다. 핵무기로 남(한국)을 위협하겠다는 것은 더욱 아니다.

논리적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북(조선)이 핵실험을 실시한 정치적 목적은 한(조선)반도를 비핵화하기 위한 것이다. 핵실험의 정치적 목적은 한(조선)반도의 비핵화이다.

한(조선)반도를 비핵화하려는 의사가 없는 부쉬정부를 비핵화의 길로 끌어내기까지 북(조선)의 핵실험 공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조선)이 보유한 모든 종류의 핵무기를 적절한 시기에 하나씩 실험하면서 부쉬정부와의 대결을 벼랑끝까지 끌고 갈 가능성이 보인다.

이미 핵실험이라는 공세를 개시한 북(조선)에게는 미국이 제재수위를 차츰 높여갈수록 그에 상응하여 핵실험 대공세를 이어가는 길밖에 없다. 만일 핵실험을 한 차례 실시한 뒤에 부쉬정부가 제재를 강화한다고 해서 북(조선)이 뒤로 물러선다면, 미국에게 정치적으로 굴복하는 것이므로 북(조선)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남아있지 않다. 비핵화와 비확산의 갈림길에서 배수진을 치고 전면공세에 나선 것이다.

북(조선)에게는 미국의 해상봉쇄, 금융제재로 생겨나는 경제난을 감내할 결심이 섰다. 북(조선)은 50년이 넘도록 미국의 집요한 제재를 받으며 살아왔다. 북(조선)인민들에게는 자신의 결심대로 살아갈 정신, 곧 '고난의 행군'으로 단련된 강인한 투쟁정신이 있다. 북(조선)이 미국과의 대결을 말하면서 쓰는 '사생결단'이라는 말에서 그러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결은 격화되었다. (2006년 10월 13일 작성)

* 이 글은 서울의 진보적 인터넷뉴스 '통일뉴스'에 기고하여 2006년 10월 14일에 발표된 것이다.